중국은 자본주의 초급단계 “중국은 사회주의 고급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숙된 자본주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은 스스로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처해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초급단계’에 놓여 있다.” 일본의 경제산업연구소에서 고급연구원으로 있는 세끼시오(關志雄)가 최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중국 경제는 올해 전반기 사스(SARS :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부신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9.1%를 기록했고 전년도 경제성장률은 8.5%를 이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올해 3월 전인대에서 성장목표로 제시한 7%를 훨씬 웃도는 것이지만 일부 서방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11%의 고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세끼시오가 중국이 ‘사회주의 초급단계’가 아닌 ‘자본주의 초급단계’로 보는 것은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연 7~8%의 고속 성장을 이룩하면서 치룬 ‘대가’를 환기한 것이다. 그는 중국은 수입분배면에서 불균형이 구조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중국에는 현재 진정한 의미의 무산계급이 출현했고 자산계급이 탄생됐다. 중국의 미래를 전망함에 있어 이러한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초급단계’의 중국은 ‘성숙한 자본주의’로 어떠한 과정을 밟아 나아갈까. 세끼시오는 일단 낙관적이다. 그는 앞으로 15년 내지 20년 동안은 현재의 성장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0년을 전후해 중국이 노령화 사회가 되기 때문에 성장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980년대 초부터 실시한 ‘한아이 갖기(獨生子)’ 정책에 따라 태어난 이들이 중년으로 접어드는 시기를 전후로 해서 중국이 노령화 사회가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노동인구의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며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세끼시오는 전망한다.당연히 성장률도 떨어진다. 선진국이 밟았던 노령화에 따른 성장둔화의 길을 밟게 된다는 설명이다. '고령화 사회' 진입이 주 원인이 되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20년 이후 3~4%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것이 세끼시오의 판단이다. 그러나 GDP 총량에 있어서는 2020년 쯤에 일본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그는 본다. 그러나 일인당 국민소득에서 1987년 미국을 뛰어넘은 일본이 여전히 전체적인 경제력에서 미국을 앞서지 못한 것처럼 미국보다 인구가 5배나 많은 중국은 GDP 총량에서 미국을 앞지른다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질적으로는 중진국에 머무른다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아킬레스는 끝내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결론인 셈이다.

▶ 2003/11/12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