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飛鴻, 광둥성 역대 향토 인물에서 탈락 쿵푸 스타 이연걸(李連杰)이 주연한 영화 시리즈로도 우리에게 낯익은 중국의 무도가 황비홍(黃飛鴻ㆍ사진)이 그가 생전에 주로 활동한 광둥(廣東)성의 역사인물 선정에서 빠지는 망신을 당했다. 화교용 통신 중국신문과 홍콩 언론들이 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황비홍은 최근 광둥성 문화역사연구관 등이 뽑은 ‘116명의 역대 향토 인물’중에 끼지 못했다. 문화역사연구관은 관련 단체들과 공동으로 ‘광둥역사문화 명인 순례사진전’을 기획하면서 광둥성 지역이 사서에 본격 등장하는 진(秦)나라 명말 직후 남월국(南越國)을 창건한 조타(趙佗)에서 근대 음악가 여문성(呂文成)까지 116명을 추려 냈다. 이들은 정치와 사상 교육 문화 경제 예술 등에서 광둥성의 이름을 드높인 역사 명현들을 망라하고 있다.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사람은 위로는 황제에서 밑으로는 일반 백성, 민간 공예가, 무술인까지 다양하다. 때문에 광둥성 포산(佛山) 난하이(南海) 출신으로 전세계에 아직도 많은 제자의 제자를 두고 있고 청말 민국초에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활약한 황비홍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는 게 현지인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문화역사연구관 등은 6명의 무술인 후보 중 최종적으로 두 명을 뽑았지만 황비홍은 탈락시켰다. 역사 인물에 들어간 무도가는 진향(陳享)과 아이러니컬하게도 황비홍의 수제자인 임세영(林世英). 진향은 채리불권(蔡李佛拳)의 창시자로 태평천국 난 때 익왕(翼王) 석달개(石達開)의 막하 장수로 활약했다. 돼지고기 판매를 생업으로 삼은 것으로 유명한 임세영은 영화 속에서 대단히 저돌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는데 당시 최고의 무술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신문에 따르면 남파(南派) 무술의 일대 종사인 황비홍이 이번 선정에서 배제된 이유는 황비홍에 관한 얘기가 사서나 신문 등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 ‘민간 전설’로 떠돈 내용이 많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화역사연구관으로선 엄격한 잣대에 의해 역사 인물들을 골라야 하는 만큼 사료적 뒷받침이 적은 황비홍보다는 그의 제자이나 관련 에피소드가 지금까지 많이 전해지는 임세영을 선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을 짐작하고 있다. 실제로 1950년대부터 홍콩에서 주로 제작된 황비홍 영화의 스토리에는 그에 관한 얘기뿐만 아니라 동시대에 산 다른 무술인들, 무림 사건들과 얽힌 내용을 섞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비홍의 고향 난하이에선 그의 역사인물 탈락 사실에 상당한 아쉬움과 함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청말 혼란기에 세상을 구제하겠다는 일념으로 의사로서도 많은 생명을 구한 황비홍을 뽑지 않으면 누가 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난하이에선 그간 황비홍을 고장의 대표적 인물로서 키우려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왔다. 황비홍무술관을 건립하는가 하면 그의 이름을 딴 사자탈춤 경연대회도 벌써 7차례나 개최했다. 또한 현지 정부기관이 앞장서 96년부터 광저우, 홍콩, 싱가포르 등 황비홍의 족적이 닿은 곳에서 방대한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 결실이 98년 출간된 <난하이 황비홍전(南海黃飛鴻傳)>이다. 난하이에선 올해 황비홍 탄생 150주년을 맞아 전문 역사가와 무림인사, 그의 후손과 제자 후인들을 초빙해 <황비홍정사>를 발간할 계획이다.

▶ 2007/06/05 2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