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한반도 둘러싼 안전보장 입장차 드러내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방중해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첫 회담을 가졌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안전보장 해법에서 여전히 입장차를 내보였다. 19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전날 베이징에서 왕 외교부장을 만나 한반도 긴장이 '위험 수위'까지 도달했다며 중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책임 있는 대응을 하라고 요구했다. 틸러슨 장관은 왕 외교부장과 회담 후 "우린 한반도 긴장이 현재 대단히 높다는 인식에 일치했으며 상황이 극히 위험한 수준에 달했다"며 "북한 당국이 지금과는 다른 길을 택해 핵무기 개발에서 멀어지게 할 수 없는지 우리는 협력해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이 중국에 도착하기 전에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줄곧 미국을 갖고 놀았다. 중국은 거의 기여를 하지 않았다"며 중국의 대북정책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은 북한의 뒷배인 중국이 식량과 연료를 수출하는 등 행태를 통해 북한을 실질적으로 지탱시키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번 틸러슨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미국은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북한의 도발행위를 중단시키도록 중국을 강하게 설득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중국을 찾기 전에 일본과 한국에서 틸러슨 장관은 역대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선언하는 한편 중국이 주도한 북핵 6자회담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복귀하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했다. 틸러슨 장관은 더욱이 미군이 북한 핵 관련시설을 선제공격하는 '군사수단'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정책을 책정하고 있다고 경고, 북한과 중국을 압박했다. 북한이 주일미군 기지를 표적으로 하는 탄도 미사일 개발 등을 염두에 두고 틸러슨 장관은 왕 외교부장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고조했다며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협'이라고 지칭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도록 하기 위해서 "미중이 각각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왕 부장과 확약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도 미국과 "의사소통과 협력을 확대해 해결로 나가겠다"고 어느 정도 호응했다. 그는 "미국을 포함하는 당사국 전부 냉정하고 포괄적인 상황 판단을 해서 현명한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 모두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다음 조치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외교정책의 최중요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났을 때 북한이 미사일과 핵 전력을 증강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실전 배치가 가까웠다는 브리핑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보장 등에 관한 정세보고를 1주일에 평균 한 차례 밖에 받지 않지만 북한 문제에 관한 보고는 수시로 듣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했다는 분석이다. 대북문제에서 이처럼 강경자세를 보이는 미국에 대해 왕 부장은 오히려 대만과 댜오위다오(釣魚島),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미국과 입장이 다른 사안을 거론하며 맞서는 태도를 취했다. 왕 부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만과 댜오위다오,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 중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이례적인 전화통화를 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에 의문을 제기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이 영해 침범을 반복하는 동중국해 댜오위다오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일본 방위의무를 명기한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 적용 대상이라고 언명했다. 맹렬히 반대하는 중국을 개의치 않고 미군은 한국에 사드 배치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중국 측 주장으로는 주권과 안전보장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는 이들 현안에서 왕 부장은 "상호 핵심적인 이익을 존중하고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2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회담을 가져 융화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갈등 요인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왕 부장은 북한 문제에서도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기로에 섰다. 충돌로 치달을 긴장 고조가 계속할지, 대화로 해결하는 궤도로 돌아갈지"라며 미국에 대북협의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8일 왕 부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개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정지하라고 제안했다. 중국이 한미 연합훈련이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며 중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한미의 사드 배치에 대한 경계감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겠다는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는 결정적인 대립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취하고 있다. 2월 독일 양국 외교 수장 간 첫 대면에서 틸러슨 장관이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왕 부장에 요구했다. 그 다음날 중국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연말까지 정지한다고 발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를 착실히 이행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 2017/03/19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