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天動向-3월21일] 오늘은 덕담만 그러나 4월엔 회답을 도널드 트럼프는 부동산 기업가 출신. 렉스 틸러슨은 엑손모빌 회장을 지낸 석유 메이저 CEO 출신. 둘 다 정치꾼이 아닌 장사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 콤비가 틸러슨의 한중일 순방 외교를 통해 보여준 것은 비즈니스 스타일이다. 실리적이며 할 말을 하면서도 대단히 고객 맞춤형이다.대국은 대국답게 예의를 갖추었고 동맹국과 파트너에게는 그에 맞게 대우했다. 그러나 적국은 확실하게 적국으로 상대했다. 실무적으로는 꼼꼼하게 따졌으나 '최고 경영자 '앞에서는 '가든파티' 의전을 깎듯하게 갖췄다. 틸러슨이 순방하는 동안 트럼프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대단히 거친 언사와 함축적이며 전략적으로 적기에 외곽 때리기를 하며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였다. 언론으로부터는 호평을 받지 못했다. 틸러슨이 16일부터 19일까지 3박4일간 한중일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자 일제히 혹평을 쏟아부었다. 최대 핵심 사안인 북핵 문제와 관련 " 할 말을 다했다"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긍정적 평가가 있기도 했으나 틸러슨이 시진핑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 "상호존중(mutual respect)" 발언을 꼬투리 삼아 '중국에 밀렸다'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논평이 대다수의 비판적 평가를 대변했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틸러슨과 트럼프의 호흡은 마치 우리 판소리 공연에서 명창과 고수의 척척 맞는 호흡을 연상하게 하였다. 첫 방문국인 일본에서 틸러슨은 버락 오바마 전임 민주당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정책'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이 비핵화의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무조치 무대화'로 인해 북한의 핵개발 화살이 미국 본토에까지 이를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과녁을 향해 살금살금 진전하게 만들었고 따라서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한국에 와서는 발언 강도가 높아졌다. 틸러슨은 1994년 제네바 핵합의 다음해인 1995년 이래 미국이 13억 달러를 북한에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한국에 입국하여 곧바로 DMZ으로 날아가 "군사적 행동이 선택 사항에 올라 있다( military action is on option)""이라고 말했다. 이는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틸러슨의 발언이 이처럼 에스컬레이트하는 사이 트럼프는 그의 전가보도 소통 창구인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수년 동안 미국을 갖고 놀았다(playing)"라는 말을 날렸다. 북한 정권과 전임 오바마 행정부를 함께 겨냥한 것이다.틸러슨의 말은 장황했으나 트럼프는 함축적이었다. '고수'의 장단 추임새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다. 다른 한편으로 트럼프의 발언이 직설적인 반면 틸러슨의 단어 선택은 섬세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아주 대단히 중요한 동맹(very important ally)"라고 한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중요한 파트너 (important parter)"라고 표현했다.일본 외상과는 만찬을 했으나 우리나라의 윤병세 외교장관과는 갖지 않았다. 국력 차이 그리고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양국 정계의 대미 접근 밀도 차이에 따른 차별화임을 부인할 수 없다. 말과 행동에서 “일본은 일본이고 한국은 한국일뿐이다”라는 자세가 엿보인다. 서해를 넘어간 틸러슨은 싹 바뀌었다. '족집게'에서 '문제은행'으로 돌변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대좌한 틸러슨은 북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북핵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미중 현안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밝혔다. 왕이도 중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진술했을 뿐이다. 평행선을 달렸다. 말하자면 쟁점 정리였다. 다음날 시진핑 국가 주석과 대좌한 틸러슨은 양국 관계에 대해 덕담을 교환한 뒤 "상호존중"이란 말로 정리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트럼프 당선 이후 급랭하는 양상이던 미중관계가 시진핑-오바마 때의 '대국 관계'로 회귀한 것 같은 양상을 주었다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그러나 트럼프-틸러슨은 내달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과 한국에서 에이스 패가 북핵 문제임을 분명하게 밝힌 뒤 중국에 와서는 네고가 가능한 다른 패들의 입장을 정리하여 중국에 넘긴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트럼프는 이런 식으로 말한 것이 아닐까. "시진핑 선생 내 입장은 충분히 밝혔소. 내달 만날 때 회답을 주시오“ 틸러슨이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있는 도중 트럼프는 주말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면서 기자단에게 " 김정은이 아주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8일 ICBM에 쓰일 것으로 의심되는 고출력 엔진 지상 실험을 참관한 뒤 이를 틸러슨이 시진핑을 예방하는 19일에 공개한 것을 의식하여 한 발언이다. 트럼프는 주말 휴가 동안 팜비치별장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 안보 보좌관 등 참모진과 함께 북한 핵 문제에 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공격의 표적을 '북한'에서 '김정은'으로 바꾸었음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틸러슨이 일본과 한국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시사할 때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북한이 미국을 갖고 놀았다"라고 북한 정권 전체를 겨냥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19일 트럼프로서는 이례적으로 전용기상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사일 엔진 고출력 지상실험 퍼포먼스를 펼친 김정은을 꼭집어 비난했다. 시진핑에게 틸러슨이 건네준 제안서'의 '북한'을 '김정은'으로 바꾼다는 추신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시진핑의 4월 회답은 '틸러슨 제안서'에 기초할까 아니면 '트럼프의 추신'에 기초할까. <盲瞰圖子>

▶ 2017/03/21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