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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頓悟頓修] 1951년 4월11일의 맥아더 2017년의 해리스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을 교체하라.'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북한에 대한 압력 강화의 조건으로 미국 태평양 사령관의 교체를 요구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6일 보도했다.
이는 민감한 보도다. 해리 해리스 해군 대장은 압도적 무력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동맹의 안보를 지켜내야 한다고 가장 강력하게 발언하고 행동하는 인물이다.
남중국해에 있던 칼빈슨 항모전단을 한반도 인근해역으로 회항하라고 명령한 이가 그였다. 그는 또 미사일 방어체제(MD)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호주와 연계하여 구축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상원에 출석, 역설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만을 겨냥한 것이라고 궁색하게 변명하고 미국 당국도 겸연쩍게 이를 거들고 있지만 해리스 사령관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중국과 러시아를 함께 겨냥한 MD의 '트로이 목마'임을 감추려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 본토와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방어한다는 개념인 MD로 통합되기 전 불량국가의 핵 공격으로부터 미국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전역(戰域: Theater) 미사일 방어(TMD) 체제 개념을 다시 끄집어내 중국의 사드 배치 반발에 힘겹게 버티고 있는 때에 해리스 사령관은 MD가 미 본토를 방어하는 국가 미사일 방어(MND)와 TND로 다시 분리될 수 없다고 솔직하게 토로한 것이다.
핵공격에 대한 전역, 즉 지역 방어와 본토 방어는 불가분이며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해서는 지역 즉 동맹국 방어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논리에 기초하는 MD 체제는 돌이킬 수 없다(rrreversible)는 것으로 도리어 중국의 그간 ‘사드=MD’라는 반박 논리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준다.
해리스 대장은 중일 간 영유권 분쟁이 첨예한 조어도 방어에 미군 참여를 분명하게 밝혔다.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을 두고 '바다의 만리장성'으로 비난하기도 하였다. 중국의 기피인물 1호다,
하지만 가상 적국의 일선 최고 사령관의 교체를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경천동지할 일이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시점과 거의 동시에 북한 외무성 최선희 미주국장이 베이징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것이 목격됐다.
이를 통해 김정남 쿠알라룸푸르 공항 화학무기 암살 사건으로 불발됐던 반관반민 미북 접촉이 다시 가동된다는 관측이다.
최선희와 중국 측의 접촉은 없었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를 요구해왔지만 그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압박 대중 강경 드라이브를 트럼프 자신도 직접 흡족하다고 표현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이행한데 대한 충분한 보상 요구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금(金) 나라가 남송(南宋) 재상 진회(秦檜)에게 남송의 유일무이한 상승장군 악비(岳飛)의 목을 요구한 것처럼 해리슨 사령관의 교체를 요구하는 강력한 스매싱 드라이브를 네트를 넘어 미국 테이블 쪽으로 되받아친 것이다.
중국은 최선희 접촉을 통한 미국의 대북 1.5 트랙 가동을 그들이 미국에 대가로 요구하는 최저선임을 밝힌 셈이다.
이로써 북한 핵문제는 북한 체제의 확실한 보장, 한국전 발발 시 미국 적극 개입 방해와 북한 침략 억지라는 남북한의 안보와 지역안보 유지에 방점을 둔 마이너 리그 차원에서 벗어났다.
메이저 리그, 그것도 페넌트 레이스를 끝내고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 시리즈까지 마치고 월드 시리즈에 들어섰다는 느낌이다.
고래들의 강력하고 현란한 핑퐁 게임에 떠오르는 역사적 두 명의 군인이 있다. '태평양의 시저'라고 불린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와 '군인 중의 군인' 이라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패튼 대전차 군단’의 조지 패튼 장군이다.
두 사람은 모두 뛰어난 군사 전략가이자 탁월한 능력의 지휘관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뼛속까지 '정치군인'이었다.
패튼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독일군을 다시 무장시켜 붉은 군대와 싸워야 한다고 주장, 미국 지도부를 당혹하게 만들고 소련을 긴장시켰다. 자신이 군정장관으로 있던 독일 바이에른 주에서 나치당원을 요직에 재기용하여 물의를 빚었다. 나치당을 미국의 공화당쯤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결국 대독전 승리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본국으로 전출 명령을 받았으며 독일에서 출국하기 바로 하루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1945년 12월21일이었다.
미국으로서는 전쟁 시에는 반드시 필요한 군인이나 평화 시에는 골칫덩어리의 좌충우돌 떠버리 '정치군인‘이 무대에서 사라진 것이고 소련으로서는 가상적의 두렵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스스로 빠져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암살됐다는 음모설이 나오기도 하였다.
패튼은 처칠이 '철의 장막'으로 소련을 비난하기 훨씬 전에 그리고 소련의 베를린 봉쇄와 미국의 베를린 공수 대응으로 본격적인 동서 냉전을 시작하기 3년 전에 이미 미국과 서방, 소련의 군사적 대립을 예고한 정치적 선각자였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패튼이 저돌적이고 거친 독불장군이었다면 맥아더는 우아하고 세련된 독불장군이었다. 패튼이 직설적인 정치군인이라면 맥아더는 오만하고 대담한 정치군인이었다.
맥아더는 한국전이 발발하자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지원을 시작했다. 인천 상륙작전에 앞서 워싱턴의 반대를 강력하게 설득, 마지못해 승인하게 만들었다 조수 간만의 심한 차이를 들어 군산으로 바꾸자는 자신 휘하 참모 다수의 건의를 일언지하에 물리쳤다.
38선 돌파도 워싱턴의 좌고우면을 기다리지 않았다. 트루먼 대통령과 조지 마셜 국방장관 등 미군 수뇌부는 맥아더의 군사적 결정을 추인하며 억지 춘향 식으로 따라갔다.
트루먼과 맥아더는 1950년 10월15일 태평양상 웨이크 섬에서 만났다. 유엔군 북진 이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마치 동로마 황제와 서로마 황제의 회담과 같은 대등한 자세로 의견을 교환했다.
중공군의 개입 여부에 대해 맥아더는 기회를 놓쳤다며 중공군이 한중 국경선을 넘어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전쟁이 크리스마스 이전에 끝나게 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참모총장으로 활약했던 조지 마셜 국방장관과 오마 브래들리 합참의장 등 트루먼을 에워싼 워싱턴 군 수뇌부는 유럽 중시파 일색이었다.맥아더와 워싱턴 미군 수뇌부는 물과 기름 관계였다.
맥아더는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을 존경하여 남북전쟁 때 10대로 북군에 입대하였던 부친이래 대를 이어온 골수 공화당원이었다.
1948년 대통령 선거 초기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였던 맥아더는 트루먼을 루스벨트 대통령의 '실질적인 급사' 이었다가 루스벨트의 급사로 대통령에 오른 행운아로 깔보았다.
맥아더는 트루먼과 마셜 등 유럽 중시파 참모진이 마셜 플랜과 베를린 공수작전을 통해 서유럽을 지켜낸 것과는 달리 중국 장제스(蔣介石) 국민정부를 너무 조급하게 또 쉽사리 포기한 것에 내심 분개했다.
하지만 맥아더의 중공군 불개입 판단은 오판이었고 전쟁은 크리스마스를 너머까지 계속됐다.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유엔군은 서울을 다시 내주고 후퇴해야 했고 동부에 있는 미국 해병대는 장진호에서 중공군 대병력에 갇혀 있다가 '뒤로 돌격'하여 흥남을 통해 피난민 10만명과 함께 부산으로 철수를 해야 했다. 군사적으로는 참담한 패배였다.
맥아더의 승승장구에 마뜩해 하지 않는 워싱턴 군 수뇌부는 맥아더의 정보 판단 잘못과 전략과 대응 실패에 칼을 겨누었다.
워싱턴이 동계 전투를 우려, 보낸 방한복을 맥아더가 필요 없다며 하와이로 돌려보낸 것도 당연히 문제 제기됐다.
38선 돌파 이후 유엔군을 동서로 진격시키면서 상호 소통이 없어 중공군이 낭림산맥을 따라 깊숙이 파고들어 동부 전선에서 선두에 섰던 해병사단을 포위망에 빠트리게 하는 것을 막지 못한 사태를 두고 마셜은 "사관학교 1년생도 범할 수없는 초보적인 전략 실패"라고 비난했다.
맥아더는 1951년 1월 말부터 반격을 다시 개시, 38선 이북으로 중공군을 격퇴했다.다시 38선을 돌파한 뒤 맥아더는 한국전이 '새로운 전쟁'으로 돌입했다며 중공군의 보급선을 끊기 위해 만주 폭격론을 주장했다.
일찌감치 맥아더를 정적으로 간주했던 트루먼은 마셜의 동의를 얻어 맥아더를 해임했다. 문민통제의 가동이었다. 1951년 4월 11일 일이다.
맥아더에 끌려 다니던 워싱턴이 소련 추가 개입을 통해 미국의 주력을 아시아에 묶어 놓고 유럽 대륙에서 서유럽마저 도모할 것이라는 글로벌 정세 판단 기초 위에 공산 중국과 소련의 결합을 막고 또 한편으로 둘을 안심시키기 위해 아시아 중시 최고사령관의 계급장을 떼어 낸 것이다.
2017년 시진핑 등 중국 수뇌부는 해리스 사령관이 1951년 맥아더처럼 기업인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를 에워싸고 있는 워싱턴 군 참모와 세계 전략상에서 차이가 있는 사실을 간파한 것 같다.
퇴역 해병대장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현역 중장으로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는 허버트 맥매스터는 걸프전 이래 중동 지역 전쟁에 참여한 이력에서 보듯 해리스 사령관과는 '노는 물'이 달랐다.
일본 주둔 미군 하사관 출신을 아버지로 두고 일본인이 어머니인 해리스 대장은 뼛속까지 아시아 중심론자다.
트럼프와 역시 기업인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대중 문제에서 군사 전략적으로는 냉탕과 온탕을 급격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는 워싱턴 군 수뇌부와 해리스 사령관 사이에 아직은 실낱같아 보이지만 의미 있는 틈새가 있다는 판단을 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중국이 정식으로 해리스 사령관의 교체를 요구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 선택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극도로 민감한 일본과 영국 언론에 공작적 '리크'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국 외교부도 굳이 그 가능성까지 부인하지 않았다.
팜비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북핵 문제의 군사적 해결 방안이 아닌 외교적 해결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해리스와 같은 입장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은 1950년 10월 트루먼-맥아더의 판단 착오를 2017년 트럼프-해리스가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신의 한 수'를 둔 셈이다.
이제 미국은 1951년 4월11일 트루먼-맥아더의 파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예방 응수를 해야 할 처지다.
<盲瞰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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