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왕치산 체제 부활...“세계 1위 경제강국” 시동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17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장일치로 유입시키고 작년 10월 말 은퇴한 왕치산(王岐山‧69)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이례적인 형태로 국가부주석으로 선출했다. 2012년 출범해 부패척결을 앞세워 정적을 차례로 제거하면서 독주체제를 다져온 시진핑-왕치산 체제가 제19차 당 대회로 중단됐다가 채 5개월도 안 돼 부활했다. 이로써 시왕(習王) 체제는 오는 2035년 먼저 경제에서 초대국 미국을 뛰어넘는다는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게 됐다. 국가부주석에 취임한 왕치산은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 때부터 정치국 상무위원 7명에 이은 서열 8위의 자리에 줄곧 앉았다. 하지만 왕치산의 실제 위상은 형식상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추월해 제2인자로 시진핑을 대신해 직무 일부를 집행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7상8하' 정치관례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중앙 기율검사위 서기 직에서 물러난 왕치산이 국가부주석에 올라 이 불문율에 구멍을 뚫으면서 2022년 제20차 당 대회 때 69세가 되는 시진핑이 3연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도 했다. 시진핑과 왕치산의 밀착 관계는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대 중반의 시진핑이 아버지 쉬중쉰(習仲勛) 실각으로 산시(陝西)성 농촌으로 내쫓긴 시절 이웃에는 베이징에서 온 5살 연상 지식청년(知靑) 왕치산이 있었다. 그때 시진핑은 왕치산과 동굴식 주거지에서 머물면서 한 이불을 덮고자면서 믿음을 키웠고 50년 걸쳐 누구도 뗄 수 없는 강한 연대감으로 서로를 묶었다. 시진핑 집권 1기 동안 왕치산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왕치산은 반부패의 사령탑을 맡은 것은 물론 중대 현안의 해결사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 왕치산의 존재는 시진핑의 '1인체제' 구축을 하는데 그가 없으면 주동력을 잃는 것과 같아지게 됐다. 작년 왕치산 일가의 축재 문제가 연일 폭로되는 가운데 시진핑은 당 대회에서 이미 69세가 된 왕치산을 최고 지도부에 남도록 강행할 수 없었다. 체제의 중대한 한 축을 떠받친 왕치산이 물러나면서 '7상8하'를 깨지 못한 시진핑의 정치기반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시진핑은 왕치산의 컴백 시기를 전인대로 결정하고 주도면밀한 준비를 했다. 왕치산은 당중앙위원도 아닌 평당원 신분이지만 시진핑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내정에서 외교까지 폭넓은 업무를 관장하게 된다. 시진핑은 왕치산에게 먼저 대미 경제외교에서 수완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 담당 부총리 등을 역임한 왕치산은 미국 재계에 지인이 상당히 많다. 조만간 직접 미국을 찾아 최대 현안인 통상마찰의 해결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이는 5월 말까지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 간 미북 정상회담의 행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적자 문제와 중국을 통한 대북 압력 확대를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시왕 체제의 중국은 자체 경제력을 배경으로 광역 경제권을 형성하는 새로운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강권주의가 특징인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발전도상국에 퍼트리겠다는 의욕을 실행에 옮기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국과 긴 육상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인도, 러시아와 관계도 미묘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의 초장기 국가발전 계획도 세계에 크나큰 파급을 가하게 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제19차 당 대회 공작보고에 등장한 '2035'라는 수자다. '시진핑 신시대'의 중국은 현대화 건설의 제1목표를 2035년에 두고 있다. 2020년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는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을 달성하고서 다음 큰 목표가 초강대국 미국을 경제적으로 추월하는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실물경제 융합 등 주요 프로젝트는 2035년을 목표로 설정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표 달성까지는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와 무역 환경의 안정을 기해야 한다. 대미와 대일 관계에서 중국이 근래 들어 유연한 외교자세를 보이는 것은 궁극의 목표를 위해서이다. '2035'에는 시진핑이 주도하는 신시대가 최소한 그때까지는 계속된다는 암시가 들어가 있다. 지금으로선 '포스트 시진핑'은 시진핑 자신이다. 당정군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사실상 최고 지도자의 지위는 계속 쥐고 있겠다는 예고이다. 일각에선 2022년 제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이 명실상부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당 주석을 부활해 그 자리에 앉는다는 예상도 나온다. 마오쩌둥(毛澤東)처럼 된다는 것이다. 다만 시진핑 ‘극권체제’에 대한 당내 저항은 만만치 않다. 공산당 일당독재를 지탱하는 경제의 선행을 불투명하게 어지럽힐 요인도 상당하다.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유입하는 날 베이징에는 때에 맞지 않은 눈이 내렸다. 이를 놓고선 “길조를 나타내는 ‘서설(瑞雪)’이다”, “격변을 예시하는 흉조다”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어쨌든 시왕 체제는 2035년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완전히 다지는 순간까지 ‘반부패’를 앞세운 정치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2018/03/17 2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