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 18/09/23 21:39



[걸리버記實] ‘진싼팡’이 서쪽으로 간 까닭은

한중수교로 한국인의 중국 러시가 활발할 때 베이징시 인근 골프장에서 목격한 일이다.

한국인 한사람이 안내 데스크의 한 여성 복무원에게 "팡팡 샤오제'라고 부드럽게 말을 던졌다.

육덕이 매우 넉넉하게 푸짐한, 푸근한 인상의 여성 복무원은 데면데면한 중국인과 예절바르지만 조금 쌀쌀한 일본인에 비해 요란하고 시끄러운 그러나 활달한 한국인에게 호의적으로 아주 살갑게 대했다.

그러나 '팡팡 샤오지제'란 말을 듣자 그 복무원은 항상 얼굴에 달고 있던 은진미륵 같은 미소를 싹 거두어 버렸다. 무어라 무어라 중국말로 하는데 대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한국인은 '뚱보 아가시'라고 그리 예절 바른 말 본새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라면 웃고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 표현을 썼을 것인데 반응이 의외였고 너무 거셌다.

그 무렵 중국 외교부 관리와 다툼을 벌이다 한 특파원이 "비평"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우리는 미국과도 싸운 나라야 . 할데면 해봐"라는 식으로 전혀 외교관답지 않은 응수를 해와 모두들 당황한 적이 있었다.

후에 알고 보니 '비평'이란 표현은 문화대혁명의 트라우마를 얹어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너와 너의 집안을 쑥밭으로 만들겠다'는 협박이요 으름장이자 공갈이라는 뉘앙스의 말로 문화대혁명을 겪은 이들은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우리 속담에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같은 한자어이지만 그 받아들이는 의미는 중국과 한국 사이에 천양지차다.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이냐 아니면 김정은의 동복 여동생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냐를 놓고 추측이 분분할 때 바이두 등 중국 포탈 사이트에서 '진싼팡(金三胖)'라는 용어를 검색할 수 없도록 차단 조치가 취해졌다는 기사가 떴다.

2012년부터 중국 사이버 공간에 출현한 이 용어는 김정은을 조롱하는 말로 중국과 북한 간 관계가 롤러코스트 타기처럼 부침하는데 맞추어 검색 금지와 해제가 반복됐다고 한다.

'김씨 3대 뚱보'라는 의미인데 조롱의 뉘앙스가 담겨 있어 이를안 북한은 중국 당국에 이 용어를 나돌지 못하도록 단속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비아냥의 말본새로 우리말로 표현하면 '김씨 왕조 3대 통돼지 뚱보'라고 할 수 있겠다.

4반세기 전 베이징 골프장의 은진미륵 여성 복무원은 '통돼지 아가시'란 모욕적인 소리를 들은 것으로 받아들여 불같이 화를 냈던 것으로 이해된다.

'진싼팡'이 중국 사이버 공간에서 사라지게 했다면 이는 김정은이 중국에 들어왔다는 것을 간접 확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김정은과 그를 수행한 일행을 태운 '김정일 밀봉-방탄 열차'가 중국-북한 국경선을 넘어갈 무렵 중국은 CCTV를 통해 김정은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진싼팡'이 남쪽으로 내려 가기 전에 또 혹 동쪽으로 가기 전에 서쪽으로 간 까닭은.

간단히 정리하자면 도널드 트럼프와의 한반도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중국의 속마음을 떠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의아해 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김정은이 남측 특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말의 정확한 워딩은 무엇이고 북한의 진정한 속내는 어떤 것인가였다.

북한은 트럼프가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을 초울트라 강경 인사로 교체하는 사전 쥐어짜기 공세를 가하는 상황에 처했다.

중국은 트럼프로부터 관세 폭탄 등 중국을 정조준한 것이 분명한 무역전쟁과' '투 차이나 타이완 카드'를 동시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북한은 '우리가 남이가, 혈맹이 아니었던가'라는 윈윈게임의 접점에 접근했고 결국 이를 과시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코스프레로 '봉인 열차'에 탑승했고 시진핑은 20세기의 시대착오 퍼포먼스에 호응했다.

북한 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이 방중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중국 CCTV가 핵심 내용으로 전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의 유훈인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쏙 빼내놓았다.

시진핑은 비공개 의장대 사열과 부부가 참석한 만찬을 베풀었고 또 김정은 일행이 묵었던 국빈관까지 직접 가서 손을 흔들어 배웅하는 장면을 중국 인민에게 공개하기까지 했다. 만족한 인상이었다

시진핑도 트럼프처럼 '이현령 비현령'의 김정은 약속을 'CVID'로 다짐한 것으로 굳혀놓고 게임을 벌이려 하는지 모른다.

이밖에도 시진핑이 충분히 만족할 이유가 있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아닌 국가주석 신분으로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을 초청했다.

이는 중국과 북한 간 관계가 더이상 사회주의 당 대 당의 특수한 사이가 아니다라는 시사요 통고다.

부인 이설주와 함게 방문하도록 한데는 김정은이 생물학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진짜 김정은' 인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뜻도 담겨 잇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 노동당 조직 지도부에 의한 '가게무샤'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김정은을 수행한 인물들의 면면은 최룡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김영철 노동당 통전부장, 전 외무상 리수용 노동당외교 담당 부위원장 그리고 리용호 현 외무상 등이다.

북한 정권의 현 권력 서열 1~3위가 모두 '밀봉 열차'에 동승 베이징에 온 것이다.

미국이 참수작전을 벌일 경우라면 핀포인트 공격의 세 명은 바로 김정은, 최룡해와 김영철이다. 김정은이 가게무샤라도 최와 김은 진짜 뇌수일 가능성이 짙다.

운명 공동체요, 권력 공동체요 더 나아가 세 목숨이 하나인 생명 공동체다. 이런 세 명이 모두 베이징에 와 일단 한길 속은 몰라도 속내를 털어 놓았으니 시진핑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이제 '시황제'의 '시저'를 향한 다음 수순을 지켜보자 <스위프트-버크왈드>

2018/03/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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