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天動向] 짜르와 시저의 성동격서 장군멍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헬싱키 회담을 이틀 앞둔 14일 미러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시리아 문제라고 언론에 슬며시 흘렸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 러시아는 평화적 해결을 위해 역시 협력하겠다고 부연했다. 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크렘린 측에서 나온 공식 브리핑은 양 정상은 국제 문제 전반을 두루 다룰 것이라는 두루뭉실한 것이었다. '크렘린 소식통의 의도적 리크'가 있었던 같은 날인 14일 한반도 남쪽 방공식별 구역에 러시아의 공군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외교부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 차석대사와 무관을 각각 외교부 청사로 초치, 강력하게 항의했다. 우리의 대응이 신속한 것 못지 않게 러시아의 답변도 꾸물대지 않았다. 러시아 외교부는 당일 저녁 한국의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으며 러시아 공군기는 일상적 훈련 활동을 벌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항의에 의도적으로 핀트에서 벗어난 동문서답을 하였으나 한국과 그 너머의 미국과 일본을 겨냥해서는 '언중유골'의 응구대첩이었다. 시리아는 유라시아 대륙 서쪽 편에 속한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편 쪽에 포함된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공산당 제1서기 겸 소련 총리였던 니키타 후르시초프가 소련 공화국 우크라이나에 편입시켰던 크림 반도를 병탄하여 소련 해체로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이후 전략적으로 애매해진 흑해를 다시 러시아의 '내해'로 만들었다. 시리아 타루투스 항구는 러시아 푸틴 정부가 시리아 정부와 협정을 체결하여 러시아의 역외 군항으로 만들었다. 이로써 러시아 해군은 크림 반도와 타루투스 항구를 징검다리로 하여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의 복부 지중해로 연결되고 수에즈 운하를 거쳐 홍해를 통하여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해상 전략 루트를 확고하게 확보했다. 중동의 세습 독재자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중동 재스민 혁명 와중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무차별 무자비하게 탄압, 학살하고 이후 전개된 내전에서 궁지에 몰리자 반정부세력에 대량 살상무기인 화학무기를 사용한 의심을 받고 있는 '세계의 공적'으로 간주되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이나 푸틴의 러시아에게는 '아주 아주 그리고 대단히, 대단히 쓸모 있는 악한'이다. 14일 러시아의 '새로운 짜르'는 세계 곳곳에서 파란을 일으키는 미국의 '새로운 시저'와 단독 첫 대좌에 앞서 '성서격동(聲西擊東)' 전술을 구사한 셈이다. 러시아의 가장 가까운 전략 급소를 소곤소곤 말하면서 미국의 가장 먼, 그러나 급소 격인 전략 요충지대를 확실하게 건드려 본 것이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흉내바둑이다.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슬며시 러시아 모스크바로 날아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미러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을 연상하게 한다. 국제적 시선이 싱가포르 북미회담 뒤 한반도에 쏠려 있을 때 싱가포르에서 트럼프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했던 볼턴이 모스크바로 날아갔던 것이다. 싱가포르가 중국이 앞마당으로 여기는 남중국해에 위치하고 있으나 '친중반중'의 장소라고 한다면 헬싱키는 러시아-소련-다시 러시아와 싸움과 악수를 반복한 '적대국 반 우호국 반' 핀란드의 수도다. 트럼프는 유라시아 대륙 남동 끝단에서 중국의 '새로운 시황디' 시진핑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불평하고 떨떠름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의 버릴 수 없는 '방파제'의 골치 아픈, 젊은 지도자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뒤 한달 나흘 뒤에 유라시아 대륙 북동쪽 끝단에서 시황디의 중국과 '견원동주' 관계인 러시아의 푸틴을 만나는 것이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중러의 공통 요구사항인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시사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한국 측은 입도 뻥긋하지도 못하고 이를 따라야 했다. 이는 7월 11일과 12일 양일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에 안보 분담금 확대를 밀어붙이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 나토 정상회의 전야 만찬식장에서 트럼프는 유럽 회원국들이 GDP 4%까지 국방비를 올려야 한다고 요구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면전에서 독일이 러시아와 가스 협정을 맺은 것을 두고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위해노력(국방비를 GDP의 3.5%까지 지출)하고 있는데 독일은 러시아의 인질이 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나토 사무총장이 트럼프와 설전 양상의 말을 주고 받았고 메르켈이 "나는 소련 통치 하의 동독에서 살았다"는 말을 하는 감성적 호소를 곁들여가며 러시아와 가스협정을 맺은 독일에 대한 트럼프의 '러시아 포로론' 논리에 반박했다. 나토 유럽 회원국들은 일단 트럼프의 공세에 맞불을 놓기는 하기는 하였지만 장기적으로 국방비를 GDP 2%선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유라시아 대륙을 거대한 바둑판으로 삼아 우변 하에서 시선을 몰리게 한 뒤 좌변에서 확실한 실리를 챙긴 것이다. 푸틴은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아래 한국 정부가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방공식별 구역 도발을 벌여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상기시킨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바둑판처럼 전술을 구사하기는 트럼프와 푸틴은 난형난제다. 트럼프의 세계전략 스승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다. 그는 1972년 2월21일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공산중국의 땅을 밟았다. 그리고 불과 3개월 이틀 뒤인 같은 해 5월22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소련을 방문했다(닉슨은 부통령 시절 이미 한 차례 소련을 방문했었지만 그 정치적 외교적 함의는 천양지차다). 3개월 하루와 1개월 나흘의 차이에서 보듯 트럼프의 전략적 행보는 청출어람의' 초광폭 초광속'이다. 푸틴의 전략 행보는 1948년~1949년 베를린 봉쇄 실패와 유고슬라비아 티토의 어깃장 놓기로 유라시아 서부에서 제동이 걸리자 유러시아 동쪽 끝의 한반도로 방향을 돌려 미국을 혼비백산 시킨 이오시프 스탈린을 련상하게 한다. 미국 대통령의 문장은 독수리다. 로마제국 황제의 문장과 마찬가지다. 미국 대통령 직은 로마제국의 카이사르 즉 영어로 시저에서 시작되어 서로마 제국과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를 이어받고 있다는 자부심이 배어 있다. 그러나 이런 한편으로 대통령의 호칭을 '미스터 프레지던트'로 겸손하게 부른다. 황제를 꿈꾸다 원로원에 비무장 상태로 들어갔다가 원로원의 비수 공세를 받아 죽은 시저를 경계하여 시저의 양아들 옥타비아누스가 '프린켑스' 즉 '제1 시민'이라고 자신을 호칭한 것과 그 맥락이 닿아 있다. 현대의 시저는 과거의 시저와 마찬가지로 치명적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베트남전 수렁에서 미국을 빠져나오게 하고 중국과의 화해를 이룩했다는 자부심이 지나쳐 황제처럼 오만해졌다는 인상을 받은 리처드 닉슨은 현대의 원로원이라는 미국 의회에 의해 정치적 생명 단축을 당해야 했다. 트럼프 역시 의회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살얼음판 위의 '새로운 시저'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러시아는 러시아 황제가 동로마제국 마지막 황제의 조카딸과 혼인하였다는 이유로 역시 로마제국의 후신이라고 자부했다. 러시아로 황제를 뜻하는 '짜르'는 카이사르의 러시아어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 문장도 독수리다. 푸틴의 정치적 처신에서는 짜르의 면모가 불끈불끈한다. '새로운 시저'와 역시 '새로운 짜르'는 통역만을 둔 유러시아 바둑판 위에서 무슨 포석을 교환할까. <스위프트-버크왈드>

▶ 2018/07/16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