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내일] 어게인 2003, 백투 2004 - 역사는 윤회한다. 그러나 출발한 위치로 돌아오지 않고 직진한다. 이중나선처럼. - 정치는 동물, 아니 식물까지 아우르는 생물이다. - 왕은 머리 위에 씌워진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만 진정한 왕이다. -권력 게임은 유도 경기와 같다. 상대방 힘을 잘 다루면 한판승이고 역이용 당하면 한판패다. 차이나워처에게 오늘의 중국은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역사는 윤회한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8일 베이다이허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 말해 중국공산당 선전 시스템에 의해 '베이다이허의 뉴스 메이커로 부각됐다. 올해 73차 유엔 총회 의장을 맡는 에콰도르 외무장관을 접견하는 자리였다.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배석했다.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에콰도르 외무장관이 차기 유엔 총회 의장과 자국의 외교 수장이라는 이중적 직책을 지녔으니 국가주석을 대신하여 내각제 하 외국 총리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해온 총리와 외무장관 카운터파트 외교부장 왕이가 함께 만나는 것은 의전적으로 아주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시황디(習皇帝)'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입지가 눈에 띠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물 총리' 또는 '투명인간'으로 비유되기도 했던 리 총리가 국제 언론에서 노출 빈도가 3위 아니 시진핑 다음의 2위 위치를 점하고 있는 왕이 외교부장과 함께 베이다이허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것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같은 날 중국국가망은 리커창 총리가 '국가과기영도 소조'의 조장을 맡게 되었음을 공시했다. 지난달 28일 통지 사항을 리커창이 베이다이허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시점에 맞추어 올린 것이다. 차이나워처에게 리커창의 정치적 위상이 올해 3월 전인대의 '뽕나무 밭'에서 '푸른 바다'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하겠다. 중국 권부 중난하이의 숨소리마저 포착한다는 대만의 '대륙 천리안'이 이를 놓칠 수 없다. 대만 중앙통신이 '리커창의 베이다이허 출현'과 '국가과기영도 소조 조장 취임' 사실을 엮어 9일 보도했다. 올해 3월 전인대 기간에 기존의 당중앙 외사영도소조를 당중앙 외사 공작 위원회 로 확대 강화하고 시진핑 총서기가 그 수장을 맡은 것은 '시황디 만들기'의 일환이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베이다이허 회의에 맞추어 국가과기영도 소조를 강화하고 소조 조장를 리커창 총리가 맡도록 한 것은 리커창의 정치적 위상 강화를 뚜렷이 하기 위한 '선전 공작'이 아닐 수 없다. 금년 베이다이허 회의 첫 뉴스 이벤트는 전문가 회의를 단연히 주재해야 할 왕후닝 이데올로기 및 선전 담당 상무위원 겸 당중앙 서기처 상임(수석) 서기의 불참이었다. 왕후닝을 대체한 인물은 천시 정치국원 겸 당중앙 조직부장과 후춘화 정치국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였다. 권력 파벌 상 상하이방 인사를 대체한 인물이 범태자당의 시진핑 직계였고 동석한 사람은 공청단 간부 출신 단파의 황태자 후보 2인 중 한사람이었다. 상하이 서기로 있던 장쩌민이 1989년 천안문 유혈 진압 직후 총서기에 내정되어 베이징으로 불려 올려질 때 데려간 '둘도 아닌 한 명'이 쩡칭훙이었다. 그 똑똑한 쩡칭훙'에게 권력 실세로 맡긴 직책이 당 중앙 조직부장이었다. 따라서 천시는 시진핑의 '똑똑한 인물'인 셈이다. 후춘화는 19대에서 같은 단파인 쑨정차이와 더불어 상무위원회에 진입, 차기 총서기 수업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시황디 체제'로 인해 '트윈 황태자 제도는 폐지됐다. 후춘화는 정치국 위원에 머물렀으나 그의 경쟁자인 쑨정차이가 지난해 베이다이허 회의 직전 비리 문제로 충칭시 서기에서 숙청됨으로써 후춘화는 '독보적 단파의 황태자''가 되었다. '트윈 황태자' 제도가 복구된다면 그 당사자는 바로 천시와 후춘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후진타오 2기 때에 '트윈 황태자'는 총서기와 같은 계파인 단파의 리커창과 태자당의 시진핑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상무위원이었다. 베이다이허 회의 두 번째 뉴스 이벤트의 주역은 리커창인데 그는 단파의 수장이다. 배석한 왕이는 범태자당의 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국가과기영도 소조의 부조장은 류허 부총리로 시진핑의 경제 최고 브레인이자 실세이다. 지난해 10월 19대에서 상하이방 왕후닝이 이데올로기 및 선전 담당 상무위원과 서기처 상임 서기를 겸하고 지난 3월 전인대에서 왕치산이 국가 부주석에 선출되면서 단파는 '미래 권력'에서 바닥 모를 몰락의 심연을 향해 날개 없는 추락하는 신세가 되는 듯 보였다. 작년 3월 전인대 폐막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 여러분을 다음해에도 다시 만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던 리커창은 올해 다시 총리에 선출되었다. 일단 시진핑 집권 2기에서도 총리 지위를 확보했으나 '좌왕(左王)'과 '우(右王)'과 '후왕(後王)'의 '쓰리왕(王)' 삼각 트라이앵글에 갇힌 신세처럼 보였다. '좌왕'은 '신시대 시진핑 사상'을 입안한 왕후닝을 말한다. 시진핑 집권 1기에서 조자룡 칼 쓰듯 사정 칼날을 휘두른 왕치산 을 '우왕'으로 지칭할 수 있겠다. '후왕'은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 부장 왕이를 가리킨다. 왕후닝은 상하이방에 속하고 왕치산과 왕이는 공산혁명 원로를 장인으로 둔 '금거북 족'에 속하는 '범태자당의 인물이다. 그렇지만 전인대 폐막 불과 4개월 지났을 뿐인 베이다이허 회의 개막을 앞두고 상하이방이 권력무대 전면에서 확실하게 빠지고 단파가 로켓 쏘아 올려지듯 부상하는 권력의 충격적인 체인징 파트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3년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2002년 말 16대에서 장쩌민은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 덩샤오핑에 뒤 이은 '태상황 2세' 가 되기 위해 후진타오와 손을 잡았다. '현재 권력'과'미래 권력'간 요직인사 거래가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바람에 밀려난 세력이 범상하이 방에 속하면서도 장쩌민 직계세력과 거리를 둔 주룽지 세력과 리루이환 반골 개혁파 그리고 태자당 등이었다. 주룽지는 능력을 불신한 상하이방의 실세 우방궈의 총리 승계를 막았으나 그가 인민은행장으로 강력하게 밀었던 다이샹룽이 톈진 시장으로 좌천성 승진 유배를 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또 금융통으로 실력을 인정하고 경제 부문에서 중용하고자 했던 왕치산이 중앙에서 멀고도 먼 하이난 성 서기로 가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리루이환도 연령 제한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개혁세력의 인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신이 상무위원 연임을 포기하는 살신성인을 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장쩌민 태상황과 - 후진타오 총서기 체제가 자리 잡히는 듯 하였다. 하지만 국내 권력게임에서 승리했으나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즉 사스 (SARS)라는 질병이 단번에 판을 뒤엎었다. 홍콩과 광둥 등 중국 남부에서 발생하여 수도 베이징 등 대륙 전역을 휩쓸은 사스 사태로 인해 이 권력 구조는 2003년 4월 와르르 무너졌다. 사스 사태의 회오리로 상하이방 장쩌민 직계와 후진타오의 단파 연합 체제는 고육지책을 내놓아야 했다. 장저민은 자신의 측근 위생부장의 목을 내놓아야 했고 후진타오는 아무 과오도 없고 따라서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최측근 오른팔 멍쉐눙 베이징 시장을 '읍참'해야 했다. 사스 대책 본부의 최고 책임자는 우이 부총리가 맡았고 위생부장도 겸임하였다. 우이는 주룽지와 무척 가까운 인물이다. 장쩌민 직계 상하이방 인물과 후진타오의 단파 인사를 배제하다 보니 16대에서 물먹은 세력인 주룽지파 인사가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다. 우이는 사스 사태를 잘 수습하여 장쩌민- 후진타오 체제의 인사 구조의 무능함을 역설적으로 폭로하였다. 멍쉐눙의 후임 베이징 시장으로는 하이난성에서 이삿짐을 풀기도 전인 왕치산이 불러 올려졌다. 왕치산은 주룽지의 인물데다 반쪽 태자당이고 능력도 출중하여 다이샹룽처럼 중앙 격리 차원에서 지방으로 밀려났다가 그야말로 권토중래한 것이다. 왕치산은 이 기회를 잡아 태자당파의 미래 시진핑과 인연을 고리로 승승장구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장쩌민의 태상황 체제는 16대 폐막 불과 4개월도 못가 그 기반이 흔들렸고 다음해 베이다이허 회의 직후인 2004년 9월에는 군사위 주석직을 후진타오에게 넘겨주어야만 했다. 장쩌민의 태상황 체제는 1년10개월도 못가 관에 못질을 당한 셈이다. 장쩌민은 '태상황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주저 앉고 말았다. 2004년 베이다이허는 '반정(般正)의 역사' 무대가 되었다. 2018년 베이다이허 회의는 '시리동주(習李同舟)' 출범을 알리고 있다. '시황디'는 '진승과 오광'을 경계하고 커갈 '항우와 유방'의 뿌리를 뽑으려 할 것이다. 리커창은 '격대 승계'를 되살려내어 '제2의 덩샤오핑'을 꿈꿀지도 모른다. 2003년과 2004년 사이 장쩌민은 사스 후유증이란 상대와 힘겨루기를 벌이다 결국 한판패 당하고 후진타오는 한판승을 거두었다. 2018년 등장한 게임의 상대 미중 무역 전쟁이고 미국과의 대 전략 이다. 누가 한판승이냐 누가 한판패이냐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는 '정말' 생물이다. <스위프트-버크왈드>

▶ 2018/08/12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