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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歷단상-3월7일] 설산사자기와 설성의 이상
1989년 3월 5일. 우리나라에서 독립 만세 시위가 벌어진지 70주년 나흘 뒤였다.
1919년 3월 1일 정오. 9년 전 국권을 일본 제국에 빼앗긴 대한제국의 수도 서울 종로 네거리에서 "대한 독립 만세"가 밀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 70년 뒤 3월5일 티베트 수도 라싸의 중심가에서 낮 12시가 막 지나자 흰 종이 위에 그려진 '설산 사자기'가 이곳저곳에서 휘날리고 '터지자 밀물같이' "티베트 독립 만세" 구호가 외쳐졌다.
시위 군중은 순식간에 1만여 명으로 불어났고 비폭력 시위는 폭력화하였다. 경찰 차량은 물론 앰뷸런스마저 뒤집고 불태웠다.
최루탄 발포에 이어 총격도 발생했다.
이제 더는 티베트인에게 '비폭력과 '무저항'은 없다.
2천년 가까이 무기를 잡지 않았던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를 겪고 '다윗의 별' 기치 아래 총을 들었던 것처럼.
또 독립운동에 무관심했던 대다수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인티파다를 계기로 우리나라 3·1 운동 3년 전에 제정된 붉은 3각 형과 흑백녹의 삼색기 도안의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이스라엘 군인에 돌을 던지기 시작했던 것처럼. 티베트인들은 설산 사자기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설산 사자기'가 나부끼는 가운데 티베트독립 구호와 함께 '설성이 이상'이란 노래가 울려 퍼졌다.
1989년 3월 5일 라싸의 한족 공안들은 1919년 3월 1일 경성의 일본 경찰이 태극기 물결을 보고 아리랑 노랫가락 소리를 듣는 심정과 같지 않았을까.
1919년 3월 이후 일제가 한민족에게 무자비하고 잔혹한 탄압을 가했던 것처럼 중국 중앙 정부는 이틀 뒤 계엄령으로 응수했다. 공산 중국 수립 후 첫 계엄령 발동이었다. 초전 박살 식 단호한 대처였다.
1991년 12월 25일 밤 소련연방의 수도 모스크바중심 붉은광장에서 낫과 망치의 적기는 내려지고 러시아의 삼색기가 게양됐다. 구 순간부터 더는 소련 연방은 없었다. 러시아 부활의 맥박이 뛰기 시작했다.
'설산사자기'와 '설성의 이상'으로 티베트인들이 중화인민 공화국을 분명하게 거부했다. 붉은 중국 또한 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스위프트-버크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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