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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point] 中 해군력 증강에 태평양 군사균형 흔들흔들
대만이 사상 첫 총통 직접선거로 들떴던 1995년 중반부터 1996년 봄까지 중국은 재선을 노리는 리덩후이(李登輝) 총통 등 대만독립파를 견제하기 위해 대만 근해에서 대규모 미사일 발사 훈련 등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
이어 3차 대만해협 위기로 부르는 긴장 속에서 미국은 2개의 항모 타격전단을 대만해협에 보내 통과시켰다.
강대한 군사력을 과시하는 미국 항모 타격전단의 위세가 중국을 압도하면서 그를 배경으로 리덩후이는 54%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대중 자세는 바뀌어 요즘 들어선 중국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해가려는 듯 신중 모드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1년간 대만해협에 항공모함을 파견하지 않고 있다. 4월28일 미국은 작년 7월 이래 7번째로 군함을 대만해협에 항행시켰다고는 하지만 통과한 것은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뿐이다.
반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2일 시 주석은 대만에 무력통일이 아니라 평화통일을 촉구한 '대만동포에 고하는 서(書)' 공표 40주년 기념식에서 대만 지배를 회복하는데 필요하다면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자세를 거듭 천명했다.
대만전략학회 장징(張競)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며 "미국으로선 중국의 오해와 과잉대응을 피하고 싶다. 그래서 세심히 조정한 신호를 보내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은 불과 20여년 사이에 세계 최대 해군력을 증강해 바야흐로 남중국해, 동중국해, 서해의 3개 해역에서 제해권을 수중에 넣기 직전에 있다.
그 세력 확대 속도는 다른 모든 국가의 해군을 능가하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의 숙원대로 중국은 태평양의 군사적 판도를 크게 바꾸고 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2018년 5월 발표한 분석 보고서로는 2014년 이래 중국이 건조한 군함, 잠수함, 보급함, 상륙함 수가 독일과 영국 함대를 포함한 주요국 해군에 소속한 함정 수를 웃돌고 있다.
IISS에 따르면 중국이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건조한 함정의 총배수량은 40만t에 달한다. 미국의 두 배에 상당하는 규모이다.
구미 해군 전문가는 중국 해군이 현재 약 400척의 수상함과 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해군대학이 2016년 보고서는 중국 해군의 보유 척수가 2030년까지 530척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비해 냉전 종식 후 세계에서 해군력 우세를 유지해온 미국 해군이 보유한 수상함과 잠수함은 올해 1월 말 시점에 287척에 머물고 있다.
제임스 홈스 미국 해군대학 전략정책학과 교수는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을 너무 가볍게 보았다. 미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시에 해군 군비경쟁이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신형 군함의 속속 등장은 시 주석이 자신의 영도력을 과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현대적인 항공모함과 구축함, 잠수함을 차례로 건조해 배치함에 따라 중국민은 시 주석이 내세운 '중국몽(中國夢)' 실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2012년 말 최고지도자에 오른 후 시 주석은 수시로 해군기지를 찾고 유선형 신예 군함에 승선하고 있다.
올해 4월 남중국해에서 있은 대규모 해상훈련에는 48척의 군함이 참가했다. 관영 매체는 이들 함정의 절반은 시 주석이 정권을 잡은 후 배치한 것이라고 전했다.
"굴욕의 역사는 이제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 1839년 1차 아편전쟁으로 시작한 유럽열강에 의한 지배와 일본군의 침략으로 유린당한 과거와는 결별하고 준비태세를 갖춘 강력한 해군이 시 주석의 지휘에 중국을 수호한다. 이런 메시지가 중국민에 반복해 주입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현대적인 해군을 갖지 못해 과거의 치욕을 당했다고 배운다. 청조 말 서태후(西太后)는 해군 근대화를 위한 자금을 새로 여름별궁을 짓는데 유용했다.
청일전쟁에서 북양함대가 대두하는 일본 해군에 대패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당국은 가르치고 있다.
시 주석의 해군 증시는 공산중국 수립 후 진행한 최대 규모의 인민해방군 개혁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그는 전통적인 육군 중심주의를 바꿔 5개의 전구 중 하나인 남부전구를 관할하는 사령원에 위안위바이(袁譽柏) 해군중장을 임명했다.
육군 이외 장성으로 전구 수장에 취임한 것은 전례 없는 발탁이다.
국방예산 배정에 관해서도 해군 증강이 선명했다. 작년 군사정보 서비스의 제인스가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 위탁을 받아 정리한 보고서는 중국 군사비 지출이 2021년까지 2015년 1679억 달러에서 2608억 달러로 55%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해군 예산이 크게 늘어나 314억 달러에서 571억 달러로 82% 확대했다.
현 시점에선 중국 군함 대다수는 고속미사일정을 비롯한 비교적 소형이다.
하지만 미국, 대만, 호주 퇴역군인에 의하면 중국 조선소가 진수한 수상함은 함정의 규모, 품질, 성능 모두 외국 일류급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한다.
대형 잠수함과 원자력 잠수함 전력도 급속히 증강하고 있다.
시진핑에는 해군을 세계 규모로 키워 중국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군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있다.
2015년 발표한 국방백서는 해군 활동을 연안 방위에서 원양 작전으로 점차 확대할 방침을 천명했다.
중국 최고 구축함, 호위함, 고속공격정, 잠수함은 대함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는데 미국 해군 전문가는 이들 거의 자국 군함의 미사일보다 사정이 길고 성능도 뛰어나다고 지적했다.
타격력에서 중국 해군이 이미 미군보다 우위에 서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게리 러프헤드 전 미국 해군 참모총장은 "중국과 벌이는 분쟁이 미국에 심대한 손실을 가져다주는 사태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정하지 않아 미국민에는 이를 대비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 초당파회의에서 공동의장을 맡았던 러프헤드 전 참모총장은 "중국 연안에서 발생한 분쟁은 미국이 공중과 해상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한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의 분쟁과 전쟁과는 크게 다르다"고 경고했다.
물론 미국과 동맹국도 중국 해군의 대두, 그리고 러시아 해군력 부활을 좌시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12월 미국에선 해군력을 강화해 국토를 지키자는 법률(Securing the Homeland by Increasing our Power on the Seas Act SHIPS)을 제정했다.
법률은 주력 군함을 355척 이상 보유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사정이 긴 미사일을 조기 배치하는 등 신무기의 개발도 가속하고 있다.
미국 주요 동맹국인 일본, 한국, 호주도 신형 군함과 잠수함을 도입해 해군력 증강을 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퇴역군인, 공산당 지도부과 연계 있는 소식통들은 중국의 해군력이 애초 방위가 목적이고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퇴역장교는 "제공권과 제해권을 갖지 못하면 유사시 중국 해군의 함정은 표적이 된다"며 "동남아 각국에 중국 해군이 위압적으로 비춰질지 모르나 그 능력의 대상은 중국 근해에 제한된다. 아직 공해에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라고 토로한다.
중국 해군력 평가에 관해서도 종합 실력에서는 여전히 미국 해군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중 양국 군사 당국자는 미국이 11척의 항공모함, 90척의 강력한 수상함, 70척의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외에 군사기술도 지금으로선 중국에 대해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해군 전직 장교는 익명을 조건으로 "중국 해군이 미국 해군에 비해 최소한 30년 뒤처졌다"며 중국 해군이 미국에는 두려워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평했다.
내외 전문가가 거론하는 중국 해군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다. 조선업계는 군함을 보유하는 코스트 총액이 유지와 수선지를 합칠 경우 초기 비용에 3배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기술 측면에서도 미국을 쫓아갈 수 없는 분야가 있다. 유엔 군비등록 제도에 기초한 데이터를 보면 중국 조선소는 일부 엔진과 무기, 센서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미국에서 군사기밀을 훔친 중국인을 체포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중국 해군의 레이더, 수중센서, 여타 핵심적인 전자기술이 부족한 실태가 자리잡고 있다.
더욱이 중국과 구미 군사전문가는 잠수함에 대한 전투능력에서 격차를 지적하고 있다. 중국 해군이 대만에 상륙해 침공하기 위한 상륙함 작전능력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변 해역만으로 한정하면 중국 해군은 우위를 확립했다. 미국 해군은 세계 각지에 기지를 두고 중동 등 분쟁지역에 작전 참가, 해상수송로의 방위 등을 펼치고 있다.
반면 중국 해군은 근해 지배가 최우선이다. 기지는 모두 자국 연안에 있으며 병참도 가깝고 지상배치 미사일과 공격기 지원을 충분히 받으면서 적 군함을 격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미중 군사분석가는 판단하고 있다.
근해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중국 자체가 '불침항모'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일본열도에서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을 연결하는 전략적 방위선 '제1 열도선' 해역에 전면 전개할 수 있다.
1996년 초 빌 클린턴 대통령이 대만해협에 항모전단을 파견한 3차 위기 때는 중국 측이 이런 태세를 갖추지 못해 미국 함대의 항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굴욕이 중국의 전기가 됐다고 군사전문가는 분석했다. 대만해협 위기 후 중국은 미국 항모 등 외국 전함을 격퇴하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러시아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2척을 발주했고 추가로 2척을 도입했다.
상하이, 다롄, 우한의 조선소를 찍은 위성사진은 건조 단계의 다양한 군함과 잠수함을 포착했다. 2017년 6월 이래 대형 미사일 구축함 055형이 4척 진수했다. 055형은 미국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에 필적한다.
인민해방군은 대만과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등에 상륙 침공을 염두에 두고 수륙양용 전투능력을 증강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18년 8월에 내놓은 '중국 군사동향에 관한 연차 보고서'에서 "중국 해군 육전대가 2020년까지 3만명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몽'을 상징하는 해군력 확장과 관련해 2월27일 중국 첫 국산항모가 다롄에서 5번째 시험항해를 위해 출항했다.
4월23일에는 산둥성 칭다오(青島)항 북해함대 사령부 앞바다에서 중국 해군 창건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이 열렸다. 배수량 1만t 넘는 아시아 최대급 055형 구축함 '난창(南昌)'이 위용을 선보였다.
4월25일 중국군은 난창이 거의 해상시험을 끝내고 조만간 실전 배치된다고 발표했다.
인민해방군이 현대적인 대형 상륙함 전단을 구축하면서 중국이 대만과 센카쿠 열도 등에 상륙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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