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 19/10/15 08:18



[今歷단상-7월9일]키신저 쇼크 이후 그 주역들의 명과 암

'어느 날 깨어보니 유명해졌더라'라는 말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그 말을 한 시인 바이런이고 아마 그 이후 이 말에 딱 맞는 사람은 헨리 키신저 박사가 아닐까.

필자는 지금부터 48년 전인 7월 중순 어느 날(추정컨대 7월16일) 새벽에 우리집에 배달된 조간 1면에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환하게 웃으며 만나는 키신저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는 것을 보였다.

백악관 안보담당 특별 보좌관이라는 낯선 직함을 갖고 있는 그가 중공(당시는 공산 중국을 그렇게 지칭했다)을 비밀리에 방문, 저우언라이 수상(총리) 겸 외상(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닉슨의 다음해 2월 베이징 방문에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필자의 귓전에는 여전히 중공이란 용어가 나오면 "무찌르자 중공군 몇 백만이냐"는 노래 구절이 오버랩 되었다.

미중화해의 국제정치적 함의를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는 놀랍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제목 크기가 긴장감을 불러일으켰으나 바로 그 밑 사진속의 미국 대통령은 기쁜 표정으로 웃고 있었고 중공에서 막 돌아온 키신저는 이를 드러낸 채 역시 환한 표정이었다.

뭔가 크게 벌어질 것 같은데 그렇다고 우리가 아주 걱정할 일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빠르게 이어졌다.

그 사진 속의 키신저는 검은 무테 안경과 싱글아닌 콤비 양복 차림 그리고 대학원생이 사용하는 것 같아 보이는 서류가방을 든 모습으로 나의 기억에 남아 있다.

1923년생으로 올해 96세인 키신저는 48년 전 그때 48세 이었다. 그의 일생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다시 48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기가 설계하고 이룩하였으며 발전시킨 미중화해 시대가 가장 심각한 위기를 받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키신저의 베이징 밀행이 불러일으킨 미중화해의 회오리는 많은 정치 지도자들의 운명에 극적인 변화와 전환을 가져왔다.

닉슨은 미중화해로 1972년 재선에서 압승했다. 그러나 1974년 8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여 또 다른 미국의 굵직한 역사를 만들었다.

닉슨은 불과 2년 사이에 문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그 명과 암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적대국이었던 공산 중국과 화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미국의 기득권 세력은 똘똘 뭉쳐 닉슨을 사임으로 몰고 갔다는 분석도 있다.

극단적 반공주의자인 열정적 매카시스트에서 중공 비호의 스틸월 그룹을 역사 속에서 소환하여 그 선봉장으로 변신한 서부 촌뜨기의 롤러코스트식 정치 행보에 '워싱턴 늪'의 정치 귀족과 언론 귀족 등 터줏대감들은 어떤 명목으로든 그를 처벌해야 했다는 이야기다.

미중화해를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는 것으로 간주한 마오쩌둥의 후계자 린뱌오는 닉슨의 방중 공식 발표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1971년 9월12일 가족과 함께 비행기로 소련으로 망명하려다 의문의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미중화해의 결단을 내린 마오는 그 결정이 자신의 최고 업적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나 사후 그의 정치 경제 노선 원리주의자들이 완전 몰락했다. 48년이 지난 오늘 마오는 '박제된 우상'으로 남아있다.

키신저의 카운터파트역을 담당하던 저우언라이는 자신과 마오 사후 덩샤오핑의 집권으로 마오의 생전에는 자의반타의반으로 분재처럼 억제 성장 시키는 선에 만족해야했던 그의 경제 노선이 활짝 꽃피는결과가 이루어졌다.

미중화해의 지각 변동 속에서 일본 총리가 된 다나카 가쿠에이는 미국에 앞질러 공산 중국과 수교했으나 전직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구속되고 실형을 받는 불명예를 겪어야 했다

다나카는 변방 지역 출신이고 엘리트 계층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파격 행보에서 닉슨과 비슥했다. 그리고 영광과 오욕도 쌍둥이처럼 닮았다.

미중화해라는 혁명적 사변을 최종 결정한 미국과 일본의 정치 최고 지도자는 영광과 모험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러나 이를 설계한 키신저 박사는 장수하며 영광을 오래도록 누리고 있다.

지금 우리는 키신저가 일으킨 혁명의 결과가 반세기만에 또 다른 혁명을 마주하는 전야에 돌입한 것은 아닐까.

<스위프트-류야저우-버크왈드>.,

2019/07/0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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