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 19/09/15 14:29



[今歷단상-9월7일] 붉은 수수밭과 임진록 류의 판타지

중국은 중일전쟁(1937년~1945년) 때 수도 난징과 원대 이후 중화민국 초기인 1929년까지 수도였던 베이징을 모두 함락당했다.

그리고 '차이나'는 몰라도 '상하이'는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양인에게 중국을 상징하는 대표 도시이자 경제 수도였던 상하이 역시 일본군의 군홧발에 짓밟혔다.

난징 대학살의 인명 피해를 포함, 중 전쟁 기간 천만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입었다고 추정된다.

이처럼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의 대일 자세는 우리 보다는 여유롭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은 국토의 절반 이상이 점령되기는 하였으나 우리나라처럼 일본에 멸망되지는 않았다.

미국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루기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됐든 일본군을 중국땅에서 쫓아냈다.

또한 지금에 와서는 중국은 경제력 면에서 세계 2위국으로 부상, 3위인 일본을 추월하였다. 군사력 면에서도 일본이 비핵국인데 반해 중국은 5대 핵강국의 당당한 일원이 되었다. 핵전력 면에서 미국과 러시아 다음이다.

유럽 대륙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철천지원수 관계를 청산하고 화해를 이룰 수 있었던 제1차적 배경에는 파리와 베를린을 서로 점령한 경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1905년 을사늑약 이후 40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수도를 점령한 역사가 없다. 아니 일본 열도의 한 뼘의 땅조차 지배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보유한 당당한 국가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위상과 비교하면 여전히 한참 멀리 뒤쳐져 있다.

이런 해소되지 않은 또 해소되기 힘든 트라우마 때문에 일본과 관계에서 중국처럼 여유를 부리지 못한다.

물론 일본에 대한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일본을 점령하여 '매년 불알 서말에 인피 3백장의 조공을 받는다'는 식의 고대소설 '임진록'과 같은 판타지의 자기 위안과 기만에 빠져서도 안 될 일이다.

우리는 권희로씨가 갖고 있는 두 가지 측면 중 한 가지만 보려했고 다른 한 쪽 측면은 아예 철저히 외면했다.

결국 우리는 권희로의 모든 면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일본의 지독한 차별에 정의로운 울분을 과격하게 토해낸 인물'로 그려내는데 열중했다.

'임진록류의 판타지의 영웅'으로 몰아간 것이다.

하지만 고국에 돌아온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감정을 제어 못하고 칼을 휘두르는 인물임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일본에서 '범죄자'로 간주됐던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격리되어야 마땅한 '범죄자'가 되었다.

우리 동포의 지속적이며 끈질긴 관심 속에 일본에서 수형생활을 하였던 그는 우리나라에서 누구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수형생활을 계속하다 교도소에서 쓸쓸하게 죽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외눈박이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문을 끈질기고 철저하게 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상영된 '봉오동 전투'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독립군의 일본국 격파를 다룬 영화였으나 리얼리티가 결여한 판타지라는 비난을 받았다.

'붉은 수수밭'은 중국인의 반일 감정을 절제 있게 승화시켜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냈다.

그러나 일본을 경제적으로 추월하고 도쿄를 점령하지 못하는 한 '임진록'식의 이런 판타지는 장기간 계속될 것 같다.

<스위프트-류야저우-버크왈드>

2019/09/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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