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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頓悟頓修] 매버릭 시저와 문프의 계산법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협상과 관련, 일단 전혀 새롭지 않은 새로운 계산법'의 골격을 내보였다.
그것은 북한 핵폐기는 북한과 벌이는 협상에서 마지노선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CVID에서 FFVD로 이어진 미국의 북한 핵협상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ICBM을 발사하지 않고 핵 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발사체 훈련 등 군사 도발을 폭 넓게 묵인하겠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또한 제재 완화는 먼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북한이 지난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입을 통해 미국이 '새 계산법'을 가지고 오는 것을 전제로 9월 이전에 미국과 북핵 실무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데 대한 트럼프의 구체적 응수였다.
북한으로서는 지극히 실망스런 응수였다.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얻기 위해서 실무 협상에 나설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해야 할 처지다.
올해 2월 말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최선희의 발언이 있을 때까지 북한은 올해 12월까지 미국의 새 계산법을 기다려 보겠다고 말해왔다.
당초 이낙연 총리가 유엔 총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로 유엔 총회에 직접 참석한 것은 '새로운 계산법'에 자신의 기여에 대한 큰 기대감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계산법은 대선전에 돌입한 트럼프에게 최대한의 경제적 이익을 안겨 남북 차원의 대북제재 완화의 실마리를 끌어내자는 것이었다.
65분간의 회담에서 트럼프는 문재인이 가져온 선물 보따리를 흡족한 기분으로 받았으나 문이 기대한 답례는 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14조원에 달하는 미국 무기 구입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규모는 정경두 국방장관이 미국 합참의장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방미 시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 10조원보다 4조원이 더 많은 액수다.
뉴욕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홉 번째의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던 바로 그날 서울에서는 한미 간에 방위 분담금 협상이 시작되었는데 미국 측이 일단 호가한 액수는 6조원이다.
작년 올해 1년 동안만 적용하기로 한 우리의 방위비 부담금액은 1조1300억원이다.
이런 선물 보따리를 받고도 미국의 답례는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 관광 허용 등이 아니었다.
답례는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 파기를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불쾌해 하고 국무성과 국방부 등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했을 정도로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흔드는 것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분을 삭이고 인내하기로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반일 캠페인'의 불꽃을 살리려 크나큰 대가를 치러 일단 성공은 거두었다. 하지만 북한의 계산법과는 완전히 어긋났다.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것과 같은 '창조적' 대남 비난선전 공세가 있을 것 같다.
최선희는 북한 정권 수립일 밤 11시를 넘어선 시점 9월 말에 미국과의 실무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새 계산법'을 가져오라는 조건으로 달았다.
최선희의 이 발언이 발표된 시점은 미국 현지 시간으로는 9일 오전 10시 무렵이었다.
미국 행정부와 언론이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이자 제5차 핵실험 3주년인 이날을 어떻게 보냈는가를 검토하기 시작할 시점에 의미 있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에 대한 역시 의미 있는 응수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왔다.
이틀 뒤 북핵 협상 초강경파 존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에서 해임된 것이다.
백악관에서 나오자마자 '왼팔 책사'에서 '카산드라 저주꾼'으로 전광석화 변신한 볼턴에 대해 트럼프는 볼턴이 '카다피 방식' 주장을 강조하고 고집하는 바람에 북핵 협상이 꼬였고 그말을 따랐다면 북한과 현재 전쟁 중이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볼턴 해임 뒤 새로 임명된 후임이 북핵 문제에 전혀 경험이 없는 인사여서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는 북핵 협상에서 '좌 지킬 우 하이드'가 되었다.
그는 최선희의 9월 말 북미 실무 협상이 열릴 수 있다는 '억지 춘향 미소'에 앞서 계속 뜸들이면 트럼프가 기분 나빠 할 수 있다는경고와 함께 창조적 방안 운운하는 등 야누스적 자세를 취했다.
북한은 9일 최선희의 발언이 겁먹은 것으로 간주되지 않을까 우려했는지 최의 발언 10시간도 지나지 않은 10일 오전 중에 두 발의 발사체를 평남에서 동해안 쪽으로 쏘았다.
북한이 1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발사체는 김정은 지도하에 실시한 최신형 대구경 방사포로 기술적 진전을 이루었고 이제 다연발 성능의 개발만이 남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올해 5월 이후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포함 10번째의 발사체 훈련이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고 정의용 안보실장이 주재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반응했고 곧바로 볼턴의 해임 조치가 이어졌다.
올해 6월 말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깜짝 회동 이후 곧 열릴 것 같았던 북미 실무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9일 최선희 발언과 11일 볼턴의 해임이 잇달아 나오면서 23일의 한미 정상회담에 무엇인가 큰 변화의 모멘텀이 있지 않을까 주목했던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계산법은 대선전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도 북한 핵폐기 없이는 제재 완화는 없다는 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일단 정리했다.
정치는 생물이고 트럼프 또한 매버릭 중 매버릭이니 그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비용 저효율의 '반일 카드'를 움켜쥐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문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무장 지대의 평화지대화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올해 5월 초 이후 지난 10일까지 북한의 10차례 발사체 도발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이 제안은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올리브 가지를 줄기차게 흔드는 청각 장애자처럼 보인다.
<스위프트-류야저우-버크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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