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凸透镜]왕이 당근 뿌리조차 안보이고 ‘빅스틱 섀도복싱’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과 5일 이틀간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왕이의 방한은 2016년 8월 한중관계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빙하기에 접어든 이후 중국 외교부장으로서는 처음이다. 2017년 6월 지극히 중국 친화적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왕이는 방한을 줄곧 외면했다. 그가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19대에서 시진핑 2기체제가 들어선 다음해인 2018년 3월 전인대에서 국무위원으로 승진한 뒤에도 한국 땅을 밟지 않았다. 3개월 전인 올해 9월 초 왕이는 북한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기간보다 하루가 긴 사흘 일정이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나지 못하고 이수용 외교 담당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는데 만족해야 했다. 방한 일정이 북한보다 하루 짧고 문재인 대통령 접견이 이루어졌으니 중국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북한에 생색내기를 한 셈이다. 어찌됐든 북한 상대적 중시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방한 이틀 일정에서 왕이는 첫날 강경화 외무장관과 한중 외무회담을 가졌고 둘째날 오후에 문재인 대통령 접견과 청와대 방문에 앞서 한국 측 인사에 대한 오찬연설 등을 소화했다. 이를 통해 왕이는 그의 방한이 전해진 뒤 한국 측이 고대하던 '당근'은 그림자도 보여주지 않고 '채찍'이 아닌 굵직한 '빅스틱( big stick ) 섀도 복싱식 휘두르기를 두 차례나 전개했다. 통역에서 출발, 일국의 외교수장까지 오른 사이비 이력의 두 사람은 외무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달 말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중시한다는 것 외에 제목 '미다시( 見出)'을 뽑아낼 발표문내용을 내놓지 않았다. 단지 아직 머리카락이 세지 않은 초로의 중국 남자와 호호백발이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은 모습의 이순을 넘은 한국 여성이 연출한 흑백 대조의 기념사진을 남겼다. 청와대 접견실에서 왕이는 국제사회에서 '일방주의와 강권주의'를 강력하게 성토했다.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이는 분명히 중국을 겨냥한 공세를 펼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과녁의 정중간에 둔 것이다. 그는 사드 한국 배치가 중국을 타깃으로 한 것임이 중국 최고지도부의 인식임을 다시 분명히 하고 한중 간 무역액이 3000억 달러에 이르렀음을 환기했다. 외교 담당 국무위원으로서 중국 외교 의사 결정에 있어 시진핑 국가 주석과 양제츠 정치국 위원(전임 외교부장)에 이은 실질적 3인자이자 외교실무 최고 책임자인 왕이는 중국의 부흥을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음을 강조하였다. 이는 시진핑의 '중국 굴기' 독트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의 거센 공세에도 위축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짚어준 것이다. 앞서 왕이는 인천시장 시절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과시했던 송영길 더불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천안문 망루 손흔들기, 사드 배치 결정 등 성공적인 강대국을 상대로 한 지렛대로 바위굴리기 효과를 거둔 이소역대 박쥐외교를 펼쳤던 박근혜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역임한 윤병세 등 중국과 관계있는 60여명 한국인사 앞에서 확실하고 장황하게 강권주의 일방주의 비판과 중국 굴기 독트린을 강의했다. 방한 나흘 전에 방문 일정을 발표하고 중국 주한대사관이 부랴부랴 100명을 초청했는데 참석률은 놀랍게도 과락은 말할 것도 없고 과반을 훨씬 넘어 합격선마저 돌파한 60%였다 이들 친중 지중 인사는 '목구멍'에 '냉면' 대신 아마도 청요리를 넘기면서 '일방주의적 강권주의적 강의'를 묵묵히 청취해야 했다. 불과 며칠 문 대통령과 성명 두자가 같은 청와대 외교특보의 '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의 핵우산으로 북한 핵을 막을 수도 있다'라는 요지의 공부 좀 했다면 대학 1학년생쯤이라도 단번에 반박할 수 있는 궤변을 듣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이슬람교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 유학했다고 알려진 이 인사는 9.11 테러 후 TV 토론방송에 나와 오사마 빈라덴의 알 카에다에 대한 비난을 넘어 이슬람을 사악한 존재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알카에다의 반인류적인 테러 행위의 여진이 강력하기는 했지만 지나친 이슬람 매도에 카운터파트 토론자로 나온 아랍어 전공 교수는 역질문을 해가며 반박하려 애썼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뱀장어 미끄러지듯 번지르한 현란한 말솜씨에 묵사발이 됐다. '배반의 장미'의 성공적 데뷔가 아닌가. 그는 어느 틈엔가 진보진영 인사로 자임, 반미 친중이론을 뒤죽박죽 읊으면서 '배반의 장미 시리즈' 대박 흥행을 성취시켜 나갔다. 하지만 그는 미국 정부로부터 '페르소나 논 그라타', 즉 기피인물로 지목되어 주미대사 아그레망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그 뒤부터 유시민 작가의 논리대로라면 '뇌 썩은 '이 원로는 분노가 담뿍 배인 점입가경의 반미친중 이론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의 이번 방한을 다음과 같이 일언이폐지 했다. '한국에 사드 배치 문제를 잘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접견 발표문도 외무부 회담 발표문에도 모두 사드 문제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사드 배치로 인한 제재 완화를 요청하는 뉘앙스의 문귀가 담겨 있기는 했으나 이에 대한 중국 측의 대꾸는 보이지 않았다. 시진핑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대해 푸대접을 넘어 무대접하다가 왕이를 한국에 보낸 것은 상황이 중국에 절박하고 다중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죽창가를 125년 만에 소환하여 반일 캠페인을 화끈하게 불러 일으켜 중국을 무척 흐뭇하게 했던 문 대통령의 최측근 조국이 낙마하고 미일의 합작 압박으로 한일 지소미야가 지속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청포 장수 울고가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조금 더 밀리다가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한반도 배치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선제적 방어 조치로 사드 배치 철회 압박을 다시 취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 대학가에서 홍콩 민주시위 지지 움직임이 일어나고 대만의 '해양 굴기'의 대모 뤼슈롄 전 부총통이 한국 국회의사당 회의실에서 강연하는 일이 발생하자 '초원을 불태울 불 티끌' 이 가냘프게 그러나 시나브로 튀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불안 의식이 점증했다. 해리슨 미국 주한대사가 청와대의 문재인 대통령을 '종북인사들'이 둘러싸고 있다라는 말까지 하고 나섰다. 이는 중국 측으로서는 북한과 중국을 한 덩어리로 모는 일석이조의효과를 노린 의도적 발언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왕이가 한국에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고대하던 한류 봉쇄 해제 등 당근은 가져오지 않고 20세기 초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남미 중남미 국가를 상대로 펼친 '빅 스틱 외교' 따라하기의 리허설을 했다. 왕이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충분히 위안스카이를 연상시켰다. 그는중국 최고지도부는 해리슨 대사가 한국전쟁 후 냉전이 기승을 부릴 당시 미국대사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취한다고 또 아베가 이토 히로부미의 흉내를 내며 중국의 이익을 위협한다는 인식 아래 '빅스틱 섀도 복싱'을 두 번이나 벌인 것이다. <스위프트-류야저우-버크왈드>

▶ 2019/12/07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