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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天動向-4월4일] 팜비치는 제2의 카이로 또는 얄타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는 아주 낯설지 않은 지명이다. 웬만한 한국사람이라면 그곳이 유명한 휴양지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곳이 다녀오지 않은 우리 국민조차 아주 귀익은 외국 지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2017년 4월 미국 팜비치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1943년 12월 이집트 카이로'와 '1945년 구소련의 얄타'와 동급의 위상을 갖출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카이로에서는 코리아 독립이 결정됐다. 얄타에서는 한반도 분단이 밀약됐다.
카이로에선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영국의 처칠 총리 그리고 중화민국의 장제스 총통이 회동했다. 얄타에서는 루즈벨트와 처칠 그리고 소련의 스탈린 수상이 대좌했다. 이들 4명의 지도자를 두고 '거두(巨頭'라고 지칭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들 '빅4(Big 4)의 카운터파트였던 나치독일의 히틀러 총통, 파시스트 이탈리아의 두체(지도자) 무솔리니와 제국 일본의 도조 히데키 총리가 '아웃'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시점이니 이들 4명은 당시 미래의 세계를 이끌고 나갈 최고 지도자였다.
그리고 적어도 한반도에서 만큼은 그들이 결정하고 밀약한대로 한반도의 역사는 쓰였다. 환희는 환희대로 비극은 비극인 채로 그들이 피한(避寒) 휴양지에서 설계하고 작성한 각본대로.
당사자인 우리들은 강요당한 역할을 어리둥절한 상태로 한반도 무대 위에서 처절하게 수행했을뿐이었다. 설계하고 각본한 틀은 원안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習近平 ) 국가주석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 된 이후 처음으로 대좌한다.
미국은 국민총생산(GDP) 18조 달러로 세계 1위다. 중중국은 11조 달러로 미국과 여전히 적지않은 차이가 있지만 2위다.
미국의 2016년도 군사비 지출액은 5975억 달러로 압도적 1위다. 2위는 중국인데 1458억 달러다. 미국 4분의 1 수준이다.
러시아가 핵탄두 보유 수에서 여전히 미국을 앞서지만 러시아의 GDP는 한국에게도 뒤진 세계 12위다(한국은 11위).
GDP규모에서 중국과 큰 차이가 없이 3위인 일본은 경제 질적인 면에서 중국을 크게 앞서지만 단 1발의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경제력과 군사비 지출과 무기보유 현황에서 여전히 상당한 차이가 있는 미국과 중국을 대등 대우하여 G2로 부를 수 없다는 주장이 강하지만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미래 세계를 주도할 양대 초강국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팜비치에서도 과거 카이로와 얄타에서와 마찬 가지로 힘과 아쉬운 쪽이 어디냐를 분별할 수 있다.
카이로에서는 장제스가 을이었고 루즈벨트와 처칠이 갑이었다. 장제스가 유럽의 뒤뜰 휴양지 아프리카 카이로에 부인을 대동하고 날아가야 했다.
얄타에서 갑은 두말할 나위 없이 스탈린이었다. 유럽 전선은 끝내기 수순이었고 아시아 전선에서는 미국과 영국 모두 소련의 참전에 목말라 하는 입장이었다.
처칠과 병약한 루즈벨트(그는 2개월 뒤 뇌일혈로 대독전 승리를 보지 못한 채 사망)가 소련 휴양지로 달려갔다.
2017년 4월 시진핑이 손님이고 트럼프가 주인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보다 국력이 우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쉬운 쪽은 중국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협상 어젠다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3월 중순 방중에서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문제와 이에 따른 한반도와 동북아 위기 사태
-한반도 사드 배치
-하나의 중국 문제
-남중국해 인공섬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위안화 절상
트럼프 측에서는 이번 양국 정상 첫 대좌의 최대 현안을 한반도 문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시진핑 방미 사흘을 앞두고 '북한 핵 문제를 중국이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면 미국 혼자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군 최고 통수권자가 북한 선제 타격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같은 날 전임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의 국방장관 애슈턴 카터는 북한 선제 타격을 옵션에서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며 트럼프를 화끈하게 거들었다.
이는 미 공화-민주 양당이 핵 문제 에 관한 보이지 않는 공조의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카터 전 국방장관은 미국이 선제 타격을 가할 경우 북한의 대남공격이 벌어지게 되지만 결국 북한은 패배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남한은 한국전 이래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쟁이 회피되어야 한다는데 무게 중심을 두었다기 보다는 제2의 한국전 발발마저 감수할 입장임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적 언급으로 보아야 한다.
시진핑 입장에서 최대 현안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다.
지난 2월 트럼프가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해 일단 중국 지도자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국이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타이완 카드'를 계속 소극적이며 다채로운 방식으로 날리고 있다. 또 동맹국인 일본을 통한 우회적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전자의 한 예는 대만 주재 미국 이익 대표부 경비에 정식 해병대 군복을 입은 현역 병사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한 가지 사례는 미국 주재 대만 대표부 대표를 미국에서 열리는 'IS 반대 외교행사에 초청한 것이다. 주미 중국대사는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일본은 최근 차관을 대만에 파견하였는데 차관은 중일수교 이후 대만에 파견한 최고위급 관리다.
중국을 겨냥 미일동맹이 한층 강화하는 시기에 일본 아베 정권의 이런 조치는 미국과의 이심전심 교감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이 그가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한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를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중 시 왕이 부장이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 입장을 보다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자 틸러슨 장관은 ' 하나의 한국'을 언급하며 응수했다고 하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중 양국의 외교수장은 '북한 핵 문제'와 '하나의 중국' , '북한 핵 문제'를 일단 바둑의 '빅'상태로 두고 트럼프와 시진핑에 넘겼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를 양국 정상이 어떻게 처리할지가 궁금하다.
또 다른 '빅' 포석 포인트는 '사드배치'와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화'이다.
얄타 회담에서 루즈벨트는 해양세력의 맹주 입장에서 일본 열도의 완전한 확보가 핵심 이익이었고 스탈린 처지에서는 만주에 대한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이권 회복이었다.
일본 분할을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한다는데 골몰하고 있던 루즈벨트는 스탈린이 한반도의 군사적 분할을 제안하자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이를 덥석 받아드렸다.
만주와 일본 열도가 선순위였고 한반도는 후순위였다.
트럼프 당선 이후 하나의 심각한 궁금증은 트럼프가 중국과의 현안의 양보를 얻고자 북한 핵 문제를 이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약점을 건드리는 것인지였다. 어떤 것이 선순위냐 후순위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은 정반대로 나아갈 것이다.
카이로 회담과 얄타 회담 때 우리는 없었다.
팜비치 회담에서도 역시 우리는 없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국과 중국의 핵심 이익을 모두 해치고 있다. 조부 김일성의 중소 등거리 외교 그리고 아버지 김정일의 치고 빠지기 외교는 사라지고 핵 개발에 올인했다. 한쪽으로 너무 나갔다.
한국은 최고 권력 공백 상태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파면과 구속 등으로 대한민국은 최대의 안보 위기 상황 속에서 군통수권의 기능을 정지시켰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다.
주도권까지는 행사하지는 못하더라도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남북 모두 잘못된 선택으로 양대 강국의 결정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처지에서 못 벗어났다고 있는 것이다.
<盲瞰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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