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天動向-8월17일] 어게인 1994 vs 1976 데자부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유수 언론은 15일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없이 군사 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부각시켰다. 반트럼프 성향이 강한 뉴욕 타임스는 문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직설적 비난"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정통적인 외교 접근이 오랜 한미동맹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비정통적인 외교 접근이란 북한이 '괌 포위 미사일 발사 공격'이란 위협을 가하자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란 핵 폭탄급 거친 말로 맞받아친 것을 지적한다. 보수적인 논조로 트럼프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편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함축적인 신호라며 미국의 군사행동에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이 한국을 거쳐 중국을 방문한 직후에 나온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노골적이며 분명한 대미 경고성 발언은 여러 가지를 생각나게 한다. 던포드 합참의장은 미국이 개입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실전에 투입된 미군의 최고 지휘관이다. 최종 결단은 군 최고 통수권자 트럼프 대통령이 하겠지만 구체적 군사 작전계획의 최종 선택지를 만드는 이는 합참의장이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1991년 걸프전 때 합참의장으로 전쟁을 실질적으로 지휘하였으며 이 전쟁 승리로 아들 부시 1기 행정부( 2001년~2005년)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하였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때에 아들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세 주역이었다. 체니 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으로서 소련 체제 붕괴와 동구권 몰락이라는 세기적 대 변혁 와중에서 안보, 군사적 혼돈 상황을 능숙하게 관리했으며 1991년 콜린 파월과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걸프전의 승리를 가져왔다. 체니는 '아들 부시' 대통령 2기 임기 만료가 다가오자 공화당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였는데 그때 ''대통령을 3기 연속 맡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농담이 나왔을 정도로 아들 부시'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을 아바타로 삼은 '갓파더'의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걸프전 이래 미국 합참의장은 2차대전 당시 유럽 방면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와 한국전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와 같은 위상을 확고히 굳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15년 10월부터 합참의장을 맡아온 던포드는 해병대장으로 해병대장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같은 병과다. 미군 서열로는 군 최고 통수권자로 최고사령관인 대통령 바로 다음과 그 다음의 서열로서 군정(軍政 : 인사와 정책과 예산 담당)과 군령( 軍令: 전략 기획과 작전 계획 수립 및 실병 지휘 등을 담당)의 최고 책임자가 전쟁 발발 시 적 영토에 가장 먼저 진입하는 해병 출신이라는 점이 공교롭다. 매티스는 2003년 이라크 침공 시 바그다드 진공 속도가 느리다며 휘하 지휘관을 현장에서 즉결 해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로 인해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을 얻었다. 던포드는 합참의장에 앞서 해병대 사령관을 지냈으며 그 바로 앞서 1년6개월 동안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국 사령관을 역임했다. 그는 2차대전 당시 '사막의 여우'로 불리며 연합군의 찬탄을 받았던 롬멜의 독일 전차군단을 패배시킨 조지 패튼과 비견되는 매티스 국방장관 못지않게 인정받아온 장군이다. 던포드는 불과 3년 만에 준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했다고 한다. 이는 대령 계급장을 10여 년간 달고 있다가 장성 진급 뒤 초고속 승진한 아이크를 연상하게 한다. 이런 위상의 던포드 합참의장이 최고조의 긴장 상황에 처한 한반도를 방문한다는 자체가 긴장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에 일단 찬물을 붓는 것이었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한국전 종전 이후 최대의 전쟁 재발 위기 국면이라고 평가된다. 때문에 앞서의 전쟁 재발 위기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던포드를 만난 직후 나온 문대통령의 발언은 1976년보다는 1994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두 번 다 한국전 재발의 문턱까지 다달았다. 우선 1994년 6월. 당시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폭격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판문점 남북 회담에 참석한 북한 박영수 대표가 ‘서울 불바다’ 협박이 나오던 시점 김영삼 대통령이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북한 폭격 절대 반대 주장을 미국 측에 거세게 밀어붙였다. 북한 핵 개발 의혹의 핵심 시설인 영변 원자로에 대한 사찰 거부 북한의 비확산조약(NPT) 탈퇴 등 북한의 일련의 초강수로 한국전 휴전 이후 전쟁 재발 위험을 최고조로 몰고 갔던 1차 핵 위기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김일성과의 핵 프로그램 동결 합의를 거쳐 같은 해 10월 21일 미북 제네바 합의로 정리됐다. 클린턴 행정부의 북핵 프로그램 선제 파괴 작전은 중단됐다. 한국전쟁은 회피됐고 북한은 시간을 벌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미국 등 전 세계와 함께 겪고 있는 더욱 심화한 북한 핵 위기를 잉태했다. 1994년 한국전 재발 위기를 막는데 큰 역할을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15년 말 타계했는데 생전에 영변 핵시설 파괴를 결과적으로 실행하지 못한 것을 크게 후회했다고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어게인 1994'를 선명하게 외치는 셈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시는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한반도 내에 국한되는 것이기에 한국 대통령은 비토권이 컸다. 지금은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를 주장할 수 있고 국제사회도 실질적으로 묵인하게 되는 6번째 핵 실험을 단 한 차례만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핵탄두 탑재 핵 투발체인 미사일의 경우는 미국 영토까지 갈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두 차례나 실험 발사 한 단계다. 북한이 제7함대 기지 등 미국 해공군 전략 기지가 소재한 괌도를 미사일로 포위 공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난'이든 '경고'든 한국 대통령 발언의 약발은 1994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다. 괌은 미국 영토다. 방중한 던포드 합참의장에게 중국은 북중 접경지대의 중국군 군사시설을 보여줬다. 한국전 때처럼 압록강까지 올라올 생각은 말라는 경고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뒤통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으니 한반도 완충 지역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요구에 대한 미국의 입장 정리 답장을 압박하는 암시일 수도 있다. 워싱턴의 매티스 국방장관은 괌과 미국 영토에 북한 미사일 떨어지면 전쟁이라고 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군사해결 옵션에 목청을 높였다. 그는 14일 북한 미사일이 괌 주변 (미국 영토를 벗어난 ) 해역에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모호한 채로 두겠다“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대화의 문을 열어 두겠다면서도 중국이 제안하고 러시아가 강력하게 지지 의사를 표명한 쌍중단(雙中斷), 즉 북한이 더 이상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대신 한국과 미국도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제안은 분명하게 거부했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트럼프 행정부 내 초강경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칠레, 브라질, 멕시코와 페루에 대해 북한과의 외교통상 관계를 단절하라고 요구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불량국가에 핵 보유를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발표하는 시점에 맞추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전화 회담을 가졌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이 한국 대통령에게 '볼'을 '패스'를 하기는 하지만 '골'을 넣기 위한 프레싱에서는 한국을 '패싱'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976년 8월.당시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였다. 현직 공화당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민주당 지미 카터 후보에게 밀리는 가운데 카터가 주한미군 철군 주장을 내세웠다. 미국 대선 추이를 한국 조야가 잔뜩 긴장하고 바라보는 가운데 판문점에서 북한 측의 도끼 만행으로 비무장 미군 장교 2명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 한반도는 일거에 전쟁 위기발발 위기 직면으로 치달았다. 이 사건은 미군 장교들이 한국인 병사들을 인솔하고 비무장 공동 경비구역 내에 있는 북한 지역 관측을 가로막고 있는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벌어졌다. 나뭇가지가 무성하게 자라는 한여름에 통상적인 우리 측의 시계(視界) 청소 작업에 북한군 측이 시비를 걸면서 시작됐다. 북한 측의 거친 시비로 몸싸움이 벌어졌고 급기야 북한군이 피신하는 비무장 상태의 두 미군 장교를 쫓아가 도끼로 머리를 가격하여 살해했다. 북한은 사소한 다툼으로 미국 장교가 죽게 된 상황을 연출하여 미국 대선전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힘을 얻도록 하자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공동 경비구역 내 CCTV는 자리를 피하는 미군 장교들을 기를 쓰며 끝까지 쫓아가 조준하고 치명적 타격을 가하여 살해하는 장면이 잡혔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미국 TV 화면을 통해 방영됐다. 미국민은 '계획적이며 의도적인 명백한 살해'에 분노했다. 무자비한 전투 장면과 폭격 피해 상황들이 미국민 가정 안방에 여과없이 방영되면서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발을 빼는 분위를 조성했다는 분석이 있다. TV가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손을 들게 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판문점의 CCTV는 완전 정반대의 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미국 여론에 힘을 얻어 한미 양군은 북한 측의 도발 구실로 삼았던 문제의 미루나무 ‘참수 작전'에 돌입했다. 미루나무 '참수 작전'은 한국군 특전사 장병들이 무기를 감춘 가운데 실행됐다. 미루나무가 완전히 베어져 해체될 때까지 북한 쪽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총 한 발이라도 발사된다면 특전사 요원들은 트럭과 장비 등에 숨겨둔 무기를 꺼내들어 북한 측에 대해 대응 사격할 계획이었다. 북한 쪽에서 도발을 하지 않아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면 최종적으로 대동강선 이남까지 진격할 작전 계획도 수립해 두었다. 북한군의 공격이 거세지면 일단 휴전선 일대를 융단폭격하고 황해도 지역의 북한 지휘본부를 궤멸한 뒤 북한이 자랑해온 전차부대가 남침하면 전술 핵무기까지 동원, 이를 격멸하고 대동강 이남 지역으로 한미 연합군이 진격한다는 시나리오였다. 대동강선까지만 진격하기로 한 것은 한국전 당시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갔다가 중공군의 개입을 부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당시 한국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회자된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라고 일전불사 자세를 보였다. 미국민의 '분노'에 '화염'을 실은 강한 포스의 발언이다. 분명히 거친 말이었다. 북한 측은 판문점 정전회의 소집을 요구했고 그 자리에서 김일성의 '유감" 표명 발언이 나왔다. 이를 '사과' 로 받아들여야 할지 워싱턴에서 약간 고민을 하긴 했지만 곧바로 사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무수한 북한 측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단 한차례의 '유감' 표명도 없었기에 이를 사실상 굴복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전쟁 위기는 피했다. 2017년 8월 '어게인 1994년' 구호가 울리는 듯하다 아직까지는 미약하기는 하나 수면 아래서 오리의 물갈퀴는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1994년 강석주' 역할을 맡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헛다리 집기를 반복하면서도 꾸준히 뛰고 있다. 도널드 자고리아와 1994년 제네바 북미 북핵 합의의 주역 로버트 갈루치는 외롭지만 북한과의 협상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한국전 당시 영국 처칠처럼 유럽 중시 입장에서 북미 협상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1976년 8월’의 데자부를 보는 듯하다. 거칠고 유치한 선전과 협박에 대한 맞불 반(反)선전의 주역이 한국 대통령에서미국 대통령으로 바뀌긴 하였지만 말이다. 2017년의 '어게인 1994'에서는 1994년의 강력했던 '비토권'이 포스를 상실했다. 2017년 '1976 데자부'에서는 후퇴할 '권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2017년 북핵 위기 사태의 결말에 대해서는 일단 매티스 국방장관처럼 '모호'하게 두지 않을 수 없다. <盲瞰圖子> [Pensées]푸에블로와 미루나무 2012/04/07 01:46 /font>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7년 8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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