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天動向-1월15일] ‘쓸모있는 악한’ 不可殺 華可殺 새해 들어 북한이 의외로 조용하다. 물론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고 주장하여 미국에 대한 선제 핵공격 능력 확보에 근접했다는 가능성을 시사,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반응을 이끌어내긴 했다. 한 미국 유력 언론은 김정은은 수사학적 대미 도발만으로도 트럼프의 트위터 응수를 유도한 사실에 주목했다. 일단 자신의 존재감을 자신 이상으로 말이 거칠고 불가측한 차기 미국 대통령과 국제 사회에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확실한 트럼프 간보기 효과에 고무되었는지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며칠 전 북한은 어느 때건 어느 곳이든 ICBM으로 핵 공격을 가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김정은의 핵 위협 발언에 강한 추임새를 넣었다. 그러나 자신의 서른 두 번째 생일을 이틀 앞둔 지난해 1월6일 4차 핵실험을 실시, 모두의 의표를 찔렀던 것과 같은 한반도와 국제 정세를 뒤흔드는 깜짝 이벤트는 해가 바뀐지 보름이 지난 15일까지 연출하고 있지 않다. 4차 핵실험 이후 기존의 대북 강경자세를 더욱 강화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으로 식물 상태가 된 상황을 즐길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중 관계가 전례 없이 악화하는 상황을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어 이런 정숙 모드가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정권에 있어 이런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레닌이 지식인을 '쓸모 있는 바보'로 간주하고 이를 잘 활용했듯이 북한을 '쓸모 있는 악한'으로 간주, 전략적 인내를 통해 그' 쓸모'를 수면 아래서 착실히 키워왔다. 지난해 한국 정부로부터 사드 배치 결정을 얻어낸 것은 '쓸모 있는 악한'을 사실상 방치한 전략적 인내의 ‘초대박’이었다. 전략적으로 중국에 약간이나마 기울어지는 듯한 박근혜 정부가 확실하게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들었다. 또한 한미일 군사 동맹 체제의 바탕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작년 11월23일 양국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말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던 이 협정은 7월8일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불과 4개월 보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중국은 사드로 인해 대미 핵전략에 타격을 받은 데다가 손쓸 틈도 없이 '한일동주'를 지켜보아야 했다. 미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와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 기반 구축이라는 초대박을 얻으려고 '쓸모 있는 악한'의 4, 5차 핵 실험과 다수의 미사일 발사 실험이 필요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와서는 김정은의 수사학적 위협만으로도 '쓸모'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구현하고 있다. 미국은 김정은의 신년사 직후 첫 군사적 조치로 ICBM 감시 최첨단 레이더 즉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ea-Based X-Band Radar:SBX)를 한반도 쪽으로 이동시켰다. 김정은의 신년사가 발표된 지 채 열흘이 지나지 않은 9일 하와이에서 출발을 시작했으며 최종적으로 한반도 해안에서 약 1600㎞ 떨어진 해상에 배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최첨단 레이더는 미국 미사일 방어(MD) 체제의 핵심 요소다. 레이더는 대륙 반대편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상공에 있는 야구공 크기의 물건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고성능 탐지력을 갖췄다. 탐지거리가 2000㎞를 넘는 이 레이더는 길이 116m, 높이 85m에 무게 5만t으로, 축구장만 한 갑판 위에 거대한 레이더 돔을 탑재해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 미사일을 탐지한 뒤 요격체계에 통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견문발검'의 초과잉 대응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명목상으로는 불가측한 '악한'의 도발에 대한 만전의 대비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모로 불편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취해오는 사람 가슴에 독사가 있다며 사람을 확실하게 베어 넘어뜨릴 수 있는 칼을 빼어 들어 그 사람 자체를 겁주려 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이제 완전히 '전략적 조급'으로 바뀌었다. 오는 20일 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전략적 조급성 면에서 한술 더 뜰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매티스 트럼프 행정부 첫 국방장관 내정자는 12일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려 놓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미친개'에게 '매드 독(nad dog)'이 트럼프를 대신하여 거친 말로 응수 한 것이다. 트럼프의 전임 공화당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미국 이익을 위협한' 혐의만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했다. 탈레반 정권의 지도자 오마르는 미군에 쫓기는 가운데 병사했고 사담 후세인은 미군이 아닌 자국 반대파의 환호 속에 교수대에 목이 걸렸다. 매티스 예비역 해병대 대장은 이라크 침공 시 바그다드 진군이 늦다며 휘하 지휘관을 현지 즉결 해임한 '조급의 화신'이며 중동을 관장한 중부군 사령관을 끝으로 군문을 떠난 인물이다. 미군 예비역 장성 중 가장 실전 경험이 많다. 또한 일본 방위상은 사드의 일본 배치 검토를 위해 괌도를 방문했다. 중국으로서는 설상가상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으로 인해 동북아 지역에서 글로벌 전략적 상황이 날로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꾸준한 글로벌 차원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불가사리'가 되어 가는 북한의 핵 능력 강화의 해결책으로 '화가살(華可殺)‘의 처방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만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말 미국의 압박에 동의, 유엔 안보리의 초강도 대북 제재 결의안을 나오게 했다. 북한의 최대 외화 벌이인 석탄 수출량을 연간 엄격하고 확실하게 제한하고 구리와 니켈 등 다른 광물자원의 수출을 아예 봉쇄했다. 중국은 12월 초 전혀 예상치 않던 트럼프의 '투 차이나' 카드가 던져지자 이를 부리나케 시행했다. 전과 확실히 달라진 중국의 대북 강경 압박이긴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은 '여전히 '불가살(不可殺)'일 수밖에 없다. 해가 바뀌자 북한의 석탄 수출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한 전략적 조급의 구현으로 자국의 글로벌 전략적 손해를 더 이상 보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과 같은 고식적 처방이 아닌 트럼프의 '투 차이나'와 같은 대담한 상상력이 담긴 코페르니쿠스적 '화가살' 처방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盲瞰圖子>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7년 1월15일

▶ 2022/01/15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