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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歷단상-2월7일]김정은 詭難과 트럼프 說難, 어떤 미소
김정일의 치명적이며 불가역적인 외교 패착은 '일본인 납치 시인'이다.
김정일은 2002년 9월 '속이기의 어려움(詭難)'을 뚫고 나가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진실을 살짝 들어올렸다. 이로써 당시 일본 정점의 봉인을 을치우는데 성공했으나 일본 국민의 예상치 못한 분노 쓰나미에 막히고 말았다.
북일 관계 정상화는 양국 정상의 합의로 문을 빠끔히 열었으나 한 발도 못가 거대한 장벽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막혔다.
2002년 9월 이후 지금까지도 이 거대한 장벽은 요지부동이다.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이 2011년 말 집권 이후 취한 외교 이니셔티브들 중 아버지의 그 실책에 버금가는 외교 자가당착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ICBM )에 인공위성 프레임 씌우기'다.
김정은의 북한은 4차 핵실험 실시(2016년 1월6일) 불과 1개월 하루 뒤 탄도 미사일 발사체를 쏘아올리고 인공위성을 띄어 올리기 위한 로켓 발사라고 주장했다.
이 발사체는 탑재한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상과 이어지는 신호가 포착되지 않았다. '인공위성 프레임 씌우기'는 하루 만에 신기루가 되었다.
도리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ICBM 개발을 위한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국제 공인되었고 이런 인식은 불가역적이 되고 말았다.
김정일은 영변 핵시설에 '원자력 발전소 개발 시설'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데 성공했다. 김정일 외교의 초대박이었다.
핵 주권에 기초한 이런 프레임 아래 김정일의 북한은 우리나라와 미국 등 서방국으로부터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는 약속을 받아냈고 KEDO라는 국제 컨소시움을 통해 공사가 상당 기간 진행되기도 하였다.
여기에 미국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는 경수로 완성 때까지 북한의 에너지 부족 현상을 보전하기 위해 중유 공급을 하기로 약속했고 이를 대체로 성실하게 시행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뒤를 잇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런 핵 주권 하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레임을 파기했으나 시위를 이미 오래 전에 떠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불가역적이 되었다.
결국 김정일은 원자력 발전소 개발이라는 프레임 아래 초점 흐리기 등 현란한 임기응변 전략 전술을 구사하며 시간을 벌어 2006년 10월9일 첫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는데 성공했고 대를 이은 김정은 정권은 4차례의 핵 실험을 속도전 방식으로 강행, 2017년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우주 개발 주권'이라는 논리에 바탕한 '인공위성 로켓 발사 프레임'은 북한 핵무력 업그레이드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프로세스의 핵심 장치다.
북한이 핵무력 국가로서 불가역적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ICBM은 포기하더라도 수중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능력은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여야 하는데 미사일 발사체 실험이 아닌 인공위성 발사라는 포장을 씌어야 했다.
그러나 지상과의 연결하는 교신 기술 없이 이를 믿도록 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대박 성공은 재연되지 않았다. 하룻밤 사이에 도리어 신기루가 된 것이다.
인공위성 신기루 퍼포먼스 3주년 하루 전( 미국시간 2019년 2월5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하원에서 연두 교서 연설을 하였다.
북한 관련 언급은 단 다섯줄로 아주 짤막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국과 일시라는 중요 뉴스를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그것 빼고는 고장 난 레코드 돌리기였다.
전쟁을 방지했고 억류자가 풀려났으며 더는 핵실험도 없는데다 15개월째 미사일 발사 실험이 없었다고 모두 외울 정도로 알고 있는 자랑 목록을 늘어놓았다. 김정은과 벌이는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치 공화당 전당대회를 방불하게 할 정도로 트럼프는 좌중을 휘어잡았다.
트럼프는 자신의 업적을 아주 짧으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는 인상 깊은 문장으로 설명하여 비록 공화당 의원들이 대부분이기는 하나 아주 대단히 많은 기립 박수를 받았다.
연설 대목 대목마다 관련 초청 인사들을 소개하여 국민의 상당히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일생일대 자리에 초대된 줄 모르는 듯 천진하게 쿨쿨 자고 있는 어린 아이부터 90대 전후 2차대전 참전용사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을 대표하는 인사를 골고루 초청했다.
대단히 성공적인 리얼리티 쇼의 연출을 방불케 하였다.
그러나 북한 문제 거론 때 좌중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주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과 이란 핵개발을 단연코 막겠다는 대목과 베네수엘라 사태 사이에 북한 문제를 언급했다.
북한 문제 언급 때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다. 예루살렘 언급과 사회주의 지향 베네수엘라의 극적인 몰락 과정을 설명하면서 트럼프의 목청은 격정적으로 높아졌고 호응도 열광적이었다.
하지만 처삼촌 묘 벌초하듯이 북한 대목을 톤을 낮춰 차분하게 거쳐갈 때 열광은 무거운 침묵으로 바뀌었다.
트럼프는 개최국과 일시를 말하면서도 장소는 밝히지 못했다. 이는 다낭과 하노이를 놓고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시사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언급할 당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오산 비행장을 떠나 서해 상공에 있었다. 그의 임무는 미션 임파서블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대통령과 부통령(상원 의장 겸임)에 이어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의 연설 연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1월 초 새 하원 개원 뒤 민주당 출신으로서 트럼프의 최대 정적임을 과시하며 정치적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펠로시는 트럼프 연설 도중 여러 차례 기립 박수를 치기도 하였으나 북한 언급 대목에서는 묘한 미소를 띠었다.
이는 트럼프가 2차 북미 정상회담 후의회와 언론 나아가 미국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세난(說難)에 처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펠로시의 미소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어찌됐던 '당신 또한 속았다'는 프레임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 시사로 보인다.<스위프트-버크왈드>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9년 2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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