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歷단상-2월28일] 2.28 사건 대만 원심력의 뿌리 필자의 중학교 시절 도덕 선생님은 해군장교 출신이셨다. 그 선생님은 수업중에 훈련과 견학을 위해 군함을 타고 해외 여러 곳을 다녀온 경험을 자주 들려주셨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대만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친일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선생님은 대만에 도착하기 전 대만도 일본 식민지배를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험했기에 반일 감정이 우리 못지 않게 아주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선생님이 만난 한 대만인은 “귀국도 일본의 통치를 받았으니 아주 잘 정비되었고 질서도 잘지키겠네요”라고 물어보기까지 하여 기가 막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대만인의 친일본색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최상층부까지 짙게 배어 있다. 대만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성인 출신 리덩후이 전 총통은 퇴임 후 '노골적인 친일 본색'을 드러내어 귀와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조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 제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 대다수 일반 대만인은 물론 역시 내성인 출신으로 친일적인 천수볜 총통의 민진당 정부마저 당혹하게 만들었다. 식민통치 시절 일본에 유학했고 학병으로 일본군 소위가 되었던 리덩후이는 노년에 들어선 나이에 일본 전통복 차림을 하고 죽도를 한손에 들고 찍은 사진이 인터넷 상에 유포되었으며 그는 창씨개명한 자신의 일본식 이름인 이와사토 마사오(岩里政男)를 밝히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대만섬 원주민은 한족이 아니나 극히 소수이고 섬주민 대다수는 중국 대륙 연안 성에서 이주한 한족 후예이다. 같은 한족이면서도 외성인으로 부르는 이들은 국공내전 패배로 국민정부가 쫓겨 오면서 따라온 대륙에서 출생했고 그곳서 자라고 활동한 이들과 그 후예다. 이들 내성인과 외성인 사이에는 메우기 힘든 깊은 골이 파여져 있다. 내성인이 대륙에 대해 배타적인 데는 역사적 뿌리가 있다. 이민족인 만주족의 청나라는 반청복명의 슬로건 아래 섬을 지배하던 정씨 가문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군사를 파견, 대만섬을 정복했으며 청일전쟁 때 일본에 패하자 할양했다. 대만인 지배계층의 저항이 있기는 하였으나 대만인은 새로운 정복자의 진주에 순응했다. 그리고 일본 지배 반세기 동안 식민통치에 아주 잘 적응했다. 일본 패망 후 대만섬과 부속 도서를 일본으로부터 되찾아 진주한 국민정부군에 대해 대만인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일단 ' 해방자'로 맞아들였으나 압제적인 정복자로 재인식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중일전쟁을 통해 일본과 처절하게 싸운 국민정부군은 대체로 친일 성향을 보이는 대만인을 부역자로 간주, 억압통치를 했고 이어진 공산당과의 내전으로 폭압통치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었다. 대륙에서 온 새 지배자와 피지배 대만인 간의 갈등은 마침내 1947년 2월 27일 담배 암매를 하던 과부 구타 사건이 마른 초원에 내던져진 불꽃이 되어 대만 역사상 참혹한 2.28 사건이 터지게 된 것이다. 1949년 국공내전 패배로 국민정부와 외성인 다수가 대만섬에 들어오면서 대만섬은 외성인의 정복통치 상황에 놓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외성인은 소수 지배층이 되었고 내성인은 다수 피지배층이 되고 말았다. 현재 내성인과 외성인 간 인구 비율은 외성인 16% 정도이고 내성인은 84%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38년간 초장기 계엄이 상징하는 스파르타적 통치는 불가피했다. 내성인 사이에 처절하고 강력한 대만독립 운동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원인은 바로 2.28 사건 트라우마와 이로 인한 가혹하고 무자비한 계엄통치 때문이다. 그러나 장제스 아들 장징궈 전 총통의 현명한 선택으로 대만의 스파르타적 체제가 아테네식 체제로 연착륙하면서 대만이 원심력못지 않게 강한 구심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스위프트-버크왈드>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9년 2월28일

▶ 2022/02/28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