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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歷단상-3월3일] 지피지기 없는 國恥換起의 부메랑은
1995년 4월 2년 동안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준비하던 중 부임 이후 가보지 않은 베이징의 역사 명소 몇 군데를 둘러 보았다. 그중 한 곳이 원명원이다.
중국 대륙 땅에 첫 발을 내딛기 전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능가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조성된 청나라의 별궁이었으나 애로우 호 사건으로 영불 연합군에 의해 불타버렸다'는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참고서의 각주가 원명원에 대한 지식과 첫 만남이었고 또 그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그곳은 상글릴라의 환상과 아틀란티스 전설이 아우라지는 곳이엇었다.
하지만 실제 처음 그곳을 보았을 때 환상과 전설은 싹 지워질 수 밖에 없었다. 일단 확실히 폐허의 모양새였다.
'황성 옛터'의 노래가락을연상시켰다. 엉성하게 정돈되어 황량하지는 않았으나 어수선했다.
아주 일부를 복원했으나 조잡했고 대부분 지역은 석재가 여기저기 무더기로 이리저리 널브러진 상태였다.
가건물의 안내 전시관들 중 한 곳은 원명원 파괴를 전해들은 서양 유럽 지성과 언론의 분노, 기사가 빼곡빼곡 가득히 전시되고 있었다. 거기에는 빅토르 위고의 발언도 있었다.
영불 연합군은 군사적 필요성 때문에 그곳을 불태웠던 것도 아니었다. 자신들의 약탈 흔적을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증거 불충분을 통해 완전 범죄를 성립시키려 반달리즘의 수법을 동원한 것이었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분풀이 하듯 로마에서 약탈당한 보복을 엉뚱하게 시공을 초월하여 원명원에서 한 셈이다.
"피라미드를 보면서 루소적 분노를 느꼈다"를 빗대어 보면 "원명원 폐허를 보며 서양 제국주의적 야만성에 대한 루터적 분노를 절감했다"이다.
원명원은 필자가 귀국한 뒤인 21세기 초에 복구되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필자는 다시 가보지 못하고 있다.
'원명원 참화를 불러일으킨 당시 중국 소수민족 만주족 정복왕조 청나라의 지도부는 1차 아편전쟁 패배 후 서구 열강의 압박에 효과적인 사보타지를 성공적으로 전개해왔다.
그들이 취한 자세는 중국 입장에서 정당했으나 불행했던 것은 '지피지기'에 실패했던 것이었다.
청나라 조정은 중국 신민의 충성심을 끌어내려고 일전불사를 감행했으나 급기야 수도 베이징 근교의 황제 별궁 원명원의 점령과 약탈이라는 비극과 수치를 감수해야 했다.
그로부터 다시 40년 뒤인 1900년 서방과 일본 등 8개국 출병으로 베이징 본성 함락이라는 더 큰 수치를 당해야 했다.
북청사변에서는 중국 민중으로 구성된 의화단을 통한 충성심과 애국심 고취를 통해 청나라 권위 회복과 지배층 권력 공고화를 노렸던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자신의 권력강화를 위해 종신집권을 향한 헌법 개정을 실현했고 애국주의 고취 선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을 위한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의 권력 강화'의 동전 다른 한 면은 '굴기 중국을 위한 굴기 중국에 의한 굴기 중국의 체제 전환'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차대전 당시 독소전쟁이 벌어졌을 때 스탈린은 '볼셰비즘의 일소'라는 히틀러의 선전에 맞서 '슬라브 민족이여 일어나라'는 민족주의에 호소했다.
애국주의 고취와 민족주의를 전면에 앞세웠다. 2차대전 승전 후 스탈린은 '게르만 민족의 침공 패퇴'라는 승전 논리의 바탕 위에 동유럽을 44년 동안 소련의 지배하에 두는 대박의 전화위복을 이루었다.
물론 소련은 '사회주의는 미래의 물결'이란 가면으로 바꾸어 달았다.
그러나 유럽에서 거둔 성공은 아시아에서는 실패였다. 청나라의 중국인 충성심 고취의 동전 다른 면인 중국 한족의 민족주의를 폭발시켜 도리어 정복왕조의 멸망으로 이어졌다.
'붉은 중국'의 애국주의 고취는 '다민족연환(連環)의 공산주의 필요성' 강조와 '중화민족주의 고양'이라는 양날의 칼이다.
시진핑의 푸틴 따라하기 등 뒤에는 옐친의 '유령'이 도사리고 있다.
옐친의 롤모델은 2차대전 승리 후 '볼셰비즘 제국 차르 스탈린'이 아니었다. 나치 독일 침공 직후의 '위기 의 슬라브 남자 스탈린'이었다.
시진핑 롤모델은 춘추전국 통일을 이룩한 '확장 지향의 진시황'인가 아니면 중화민족의 영역 공고화라는 '강고한 축소 지향 홍무제'인가. <스위프트-버크왈드>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9년 3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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