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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天動向-3월17일]리커창 내년에도 ‘경제 조타수’ 일까
'총리 리커창(李克强)'을 내년 전인대에서도 볼 수 있을까.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핵심' 시진핑(習近平)과의 '불편한 사이'를 공개적으로 연출했기에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단히 답변하면 리커창은 내년에 전인대 주석단에서 볼 수 있다.
전인대 상무위원장 혹은 또 다른 직책을 맡은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아닌 올해와 마찬가지로 바로 총리 직책으로 말이다. 또한 개막식에서 정부공작 보고 역시 그가 낭독할 것이다.
비록 올해 하반기에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당대회(19대)에서 총리 교체가 결정된다 해도 내년 전인대에서는 선출 절차를 거치는 관계로 새 총리의 임기 시작은 전인대 폐막 뒤부터다.
전인대 폐막일인 15일 리커창은 관례인 내외신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면서 "내년에도 이 자리에 다시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운을 뗐다고 한다.
리커창이 이렇게까지 말했다 해도 총리 교체가 확정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총리교체와 같은 중대인사는 중국 최고지도부 7인 상무위를 구성하는 태자당, 상하이방 그리고 단파(공청단파) 등 세력 간 조율이 있어야 하고 여름 휴가기에 원로가 참여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토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리커창의 발언은 '경제 키'를 빼앗긴 의전총리 역할이라면 더는 맡지 않겠다는 시진핑에 대한 공개 도전이자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어차피 드러난 싸움이고 또 서로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만큼 일찌감치 '선제'한다는 자세다.
리커창은 그가 전인대 정부공작 보고에서 시진핑을 '핵심'으로 여섯 차례나 호칭했듯이 시의 정치적 '돌출위상'을 인정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경제노선에 관한 한 일방적 양보는 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은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6.5%로 설정하였다.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성장 목표의 대역으로 제시한 6.5%~7.0%의 하한선이며 지난해 성장 6.7% 보다 0.2% 포인트 아래 수치다.
류허(劉鶴) 당중앙 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등 시진핑의 경제 브레인은 올해 성장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범위로 설정하여야 한다면서 하한선은 6.0%로 상한선을 6.5%로 작년 하반기부터 전인대 개막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주장하였다.
이런 공격에 리커창은 6.5%의 마지노선을 지켜냈던 것이다. 이는 리커창이 올해 전인대에서는 적어도 중국호의 경제 키는 넘겨주지는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권력 서열 1위 시진핑과 2위 리커창이 경제정책에서 이번 전인대에서 보여주었던 아슬아슬한 타협과 공존이 더는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은 주요 경제담당 인사를 둘러싼 양자의 심각한 갈등 때문에 나온다.
지난달 중요 경제 부서인 국가발전계획위의 주임과 상무부장을 모두 시진핑 인사로 교체했다. 1월 말에는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 시장에 시진핑의 직계가 선출됐다.
작년부터 주요 경제 관련 부문과 핵심 지역 수장이 시진핑 인맥으로 채워가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리커창은 측근에게 "총리 자리를 내던지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리커창이 운집한 내외신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총리 고별사'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을 하게 만든 것은 차기 인민은행장을 겨냥하여 던진 시진핑의 한 수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시진핑이 역점을 두는 구조 개혁과 리커창이 강조해온 성장동력 유지 모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부서다.
2003년 이래 장기 재임해온 저우샤오촨(周小川)이 정년으로 물러남에 따라 그 후임으로는 인민은행에서 저우 행장을 보좌한 이강(易綱) 부행장이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인민은행 부행장과 국가외환관리국 국장, 중국건설은행장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을 역임하는 등 금융 계통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산둥성장을 거쳐 최근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주석에 임명된 궈수칭(郭樹淸)이 다크호스로 거론됐다.
두 사람 모두 시진핑과 리커창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지나치게 기울어지지 않을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런데 시진핑 측에서는 시진핑의 최고 경제 브레인 류허(劉鶴)를 경제 부총리로 삼고 인민은행장을 겸임하게 한다는 안을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부총리가 인민은행장을 겸임한 것은 1993년 경제 과열로 위안화 대폭 절하 등 금융 위기가 벌어졌을 때 주룽지(朱鎔基) 부총리가 겸임한 적이 있다.
주룽지 부총리의 전임 인민은행장 리구이셴(李貴鮮)은 리펑(李鵬) 총리 계열의 인물이었다.
주룽지가 인민은행장을 겸임하면서 경제정책 전반의 주도권은 리펑 총리로부터 주룽지로 옮겨갔다.
그 이전까지는 개혁파 주룽지는 함께 부총리에 임명된 보수파 쩌우자화(鄒家華)의 견제를 받는 처지였고 결정권자는 보수파인 리펑 총리였다.
주룽지에게 '경제 차르'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도 인민은행장을 겸임하면서부터다.
리펑은 이 조치에 앞서 공석 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복귀하기는 하였으나 경제 부문에서는 손을 거둔 반쪽 총리가 되었다. 그리고 1998년에는 총리를 주룽지에 넘겨주고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물러앉았다.
이런 리펑 주룽지의 전례를 알고 있기에 '류허 인민은행장 겸임 인사안'이 나오자 리커창이 참았던 말을 내뱉기에 이른 것이다.
리커창의 후임 총리로는 파벌 안배 원칙에 따르면 공청단 출신의 왕양(汪洋) 부총리가 가장 유력하다. 그는 리커창과 동갑인데다 충칭 시 서기와 광둥성 서기를 지냈다.
하지만 시진핑으로서는 '저우언라이(周恩來)'나 '류사오치(劉少奇)' 대신 '덩샤오핑(鄧小平)'을 상대하는 격이다. 저우언라이와 류사오치는 경제노선에서 마오쩌둥(毛澤東)과 다른 길을 걸었으나 죽는 순간까지 '핵심'에 도전하지 않았다.
'신토불이'의 처절한 굴종 자세로 정치생명을 유지한 저우언라이는 정책 노선을 숨겨 보존하고 훗날을 기약했을 뿐이다
그러나 '반골' 덩샤오핑은 전략적 후퇴는 할망정 마오와 다른 길을 가는데 주춤거리지 않았다.
리커창이 모범생이고 우등생 스타일이라면 왕양은 밑바닥에서 오늘의 위치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에게서는 덩샤오핑의 반골 기질이 엿보인다.
시진핑으로서는 기율검사위 서기로서 자신의 집권 1기 동안 당정군의 반대세력을 말끔하게 청소하는데 탁월한 역할을 수행한 왕치산(王岐山) 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후임 총리로 삼고 싶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주룽지가 저우샤오촨 대신 인민은행장으로 삼으려 했던 금융통이다.
왕치산의 금융 분야 업적 중 백미는 1997년 금융위기 직후 리창춘(李長春) 광둥성 서기 밑에서 성위 상임위원으로서 '광둥투자신탁공사 파산 실무를 맡아 처리한 일이다.
그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광둥성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국가 속의 또 하나의 국가'로 불리던 광둥성을 쥐락펴락하던 광둥방의 경제적 토대를 일순에 무너뜨렸다.
집권 2기에서 구조 조정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려는 시진핑 입장에서는 왕치산이야말로 꼭 필요한 총리감이다.
그렇지만 왕치산의 아킬레스건은 정년 문제다. 그를 총리로 삼으려면 정년 조항을 고쳐야 한다. 무리수다.
시진핑의 독주에 마뜩해 하지 않는 반대세력이 똘똘 뭉쳐 반대한다면 시진핑이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전인대 폐막사에서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처음 내세웠으며 리커창 총리도 이어받은 경제정책의 캐치프레이즈 '온중구진(穩中求進)'을 강조하며 19대 이후에도 견지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였다.
분명히 리커창에게 힘을 실어 주는 말이다. 물러나는 장더장의 이 말은 현재 원로의 의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여러 문제 때문에 리커창이 총리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경제 키도 여전히 느슨하게나마 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내년 전인대 폐막 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리커창이 다시 나온다면 그는 과거 저우언라이처럼 훗날을 도모하며 시진핑의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소극적 협조를 하는 선택을 한 결과일 것이다.
<盲瞰圖子>
▶[凸透镜]시진핑과 리커창의 ‘가면 무도회’2017/03/11 21:26
▶[제5세대](9) 복장(福將) 왕치산(王岐山) 국무원 부총리2009/12/22 06:24
▶[제5세대] (5)...전도양양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2009/10/13 23:04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7년 3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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