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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天後事-4월12일] ‘일그러진 장군님’과 ‘해피엔드’
이문열의 소설로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난 첫 느낌은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기승(起承)은 멋있고 재미있는데 전결(轉結)은 미흡한 것 같았고 아쉬웠다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교실을 무대로 한 소설은 엄석대라는 학생이 주먹과 협박 그리고 회유로 반 전체를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담임선생마저 제압하는 상황은 우리사회 권력 관계 실상의 '원형(原型)'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설은 화자이자 관찰자인 다른 학교에서 전학온 학생이 반의 실상을 파악하고 이에 저항하다가 실패한 뒤 도리어 엄석대의 회유로 사실상 엄이 구축한 질서에 순종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또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소설의 화자가 엄석대에게 순종하는 것을 끝으로 결말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조지 오웰의 '1984년'을 연상시켰을 것이다. '1984년'에서 '빅브라더'의 질서에 저항하던 주인공은 '빅브라더'의 질서에 무릎을 꿇었으나 빅브라더의 명령으로 갑자기 처형된다. 그 주인공은 그 순간 "나는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되었다"라고 끝을 맺었다. 뼛속까지 마조히즘적 굴종이었다.
그러나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졌다. 새로 바뀐 담임선생이 첫 수업에서 엄석대에게 그동안 무시되어 왔던 학급 규칙을 따를 것을 지시한다. 엄석대는 '어랏'하는 표정이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이를 받아들였고 이는 몰락의 시작이었다.
이를 계기로 엄석대에게 반 학생들은 더 이상 그를 이전의 자신들과 다른 우월적 존재로 보지 않기 시작했다.
엄석대는 상황 반전을 시도하였으나 기선을 제압한 담임선생에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반 학생들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석대는 명실상부한 불량학생으로 도리어 왕따가 되었다.
화자는 초등학교 졸업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시점에 경찰관에 잡혀가는 성인이 된 엄석대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으로 소설의 끝을 맺었다.
'콜럼버스 달걀'의 반전이고 사필귀정의 결말인데 '1984년'을 읽다가 '놀부전'으로 이어져 끝맺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하고 피라미드 바닥에서 정점까지 모든 인간사회의 실상에 비유될 수 있는 우화 소설의 걸작임은 분명하지만 통속적이고 상식적인 끝내기 뒷맛이 아쉬웠다.
북한이 태양절이라고 부르는 김일성의 105번째 생일이 다가오면서 한반도는 한국전 이래 최악의 전쟁 발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 7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호화 리조트에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도 성명도 나오지 않았다 양국 외무장관 등 주요 배석 각료들이 각자 자국 입장에서 회담 내용을 밝혔을 뿐이다.
양국의 '각화제방(各花齊放)'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구동존이(求同存異)'다.
'구동'은 양국 간 극심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100일 계획'에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옛소련 미하일 고르바초프 집권 말기 시장경제 급진적 이행을 위한 '샤탈린 500일 계획'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실천 여부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샤탈린 계획은 추진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나머지 쟁점 사항에 대해선 평행선을 달렸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와 시진핑이 1대1로 장시간 독대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내용은 깜깜이다. 1945년 2월처럼 '얄타 밀약'과 같은 '팜비치 밀약'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가 가장 관심 갖는 내용은 북한 문제다
트럼프는 자신의 핵심 소통매체인 트위터를 통해 이 궁금증을 겨냥, '머리카락'을 살짝 보여줬다.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면 경제 문제에서 양보할 수도 있다. 하지만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북한 문제를 독자적으로 처리할 것이다."
시진핑과 첫 대면하기 나흘 전인 2일 미국 주요 언론을 모두 제쳐두고 대서양 너머의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회견에서 밝혔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비슷한 맥락의 구체적 발언이 시진핑에게 전달됐다는 이야기다.
'당근팔이' 역할을 해온 틸러슨은 트럼프-시진핑 독대를 전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한다면 회담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핵 폐기 프로세스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면 협상은 없다는 기존 미국의 자세에서 살짝 뒤로 물러선 유화적 자세를 보인 것이다.
채찍을 휘두르며 동시에 당근을 내미니 더욱 헷갈리게 한다.
귀국한 시진핑은 '묵묵부답' 모드다.
이 같은 팩트 빈곤 상황에서 팩션이 판친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미국의 선제 타격 일자가 4월26일로 잡혔다는 것이다. 이날은 음력으로 삼월 그믐이다.
1991년 걸프전 때 금믐 때를 맞아 야음에 이라크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미국 전함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공격이 이라크 주요 군사시설을 향해 시작했고 뒤이어 바그다드 공습이 진행했다
다소 황당하기는 하지만 4월 말을 기한으로 북한 체제 존속을 보장한다는 조건 아래 김정은의 인도네시아 망명 설득 작업이 중국 권력 서열 3위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북한에 파견되어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성 전망 기사도 나왔다.
이런 팩션성 기사에 맞물려 한반도 해역을 떠나 남중국해로 향하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이 한반도 해역을 향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참수작전이 3일 내지 6~7일이면 완료한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한편으로 틸러슨의 "우리목표는 '레짐 체인지'가 아니라 핵 제거에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선전성 기사 및 협박성 기사가 난무한다.
중국 외교부가 고장난 레코드판 틀듯 "유관 각방은 긴장을 조성하는 행동을 중단하여야 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복창하고 있지만 인민일보 SNS 미디어 '협객도'에서는 칼빈슨의 회항이 단순한 위협으로만 보면 오산이라고 북한을 초강경 위협했다.
협객도의 평론원은 트럼프의 대북 선제타격이 발동되면 이는 단순히 김정은 등 수뇌부의 참수작전에 그치지 않고 체제 전체의 괴멸을 겨냥한 북한 진공작전을 진행할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 가설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 '최고 존엄' 밑 소수 측근과 북한 핵심계층 간 이간을 노린 반간계 선전전이다.
아울러 북중 접경지대를 관할하는 북부전구 예하 2개 집단군 15만 병력이 북중국경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사실이 대만 언론 매체를 통해 상세하게 보도됐다. 중국군의 의도적 정보 흘리기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의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은 것으로 한미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의 명령만 있으면 폭파 스위치를 누를 수 있는 단계이다.
파키스탄이 6차 핵실험을 하고 나서야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간주됐다. 김정은으로서는 이 6차 핵실험이 핵보유국으로 명실상부하게 주장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다.
트럼프의 강경 드라이브가 없었다면 조부의 105번째 생일을 맞아 주저없이 단추를 누를 것이다.
미국이 강하게 나오기는 하겠지만 아직 완성 단계까지는 시간이 걸릴 대륙간 탄도 미사일 (ICBM) 실험을 놓고 미국과 밀당을 할 수 있다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6차 핵실험과 ICBN 발사 시험 모두 선제타격의 레드라인으로 삼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팜비치 독대'에서 이를 분명하게 전달했을 수 있다.
김정은은 이제 '새로 바뀐 담임선생 앞의 엄석대'다.
밀리면 이문열 소설에서처럼 결국에는 끝장나는 수순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확실하고 치받으면 어떤 사태가 전개될지 모른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1976년 8월 미루나무 도끼만행 사태 때와 1994년 6월 영변 폭격 위기 때에 살짝 후퇴함으로써 최고 위기 국면을 탈출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에게는 대단히 불리한 점이 중첩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김일성과 같은 카리스마가 없다. 참혹한 전쟁을 겪은 지도자이니 전쟁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기대가 상대방에게 있었고 김일성은 이를 잘 활용했다.
또한 2017년은 미국이 대선 과정 중인 1976년과는 정반대로 새 행정부 1년차다.
1994년처럼 젊은 빌 클린턴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미 카터와 같은 '백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미국의 상황 인식은 동맹국 한국의 위기로 간주했던 1976년과 1994년과는 완전히 다르다.
미국 지도부는 북한의 핵 도발을 일본의 진주만 기습과 알카에다의 9·11테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미국 자체에 대한 심각한 안보 위기 국면으로 여기고 있다.
인민일보 협객도의 평론원이 미국이 동맹국을 고려하지 않고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한 것은 이런 미국의 상황 인식을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후퇴하던 앞으로 돌진하던 '해피엔드'로 마무리 지어질 것이다.
이 '해피엔드'는 김일성의 1976년과 1994년의 재현이 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도리어 전도연, 최민식과 주진모가 공연한 영화 '해피엔드'가 될 공산이 크다.
첫 신에서 전도연과 주진모의 리얼하고 격렬한 그리고 꽤 길게 진행된 베드신이 관객을 숨막히게 했던 치정 스릴러인 영화는 주인공 모두가 결코 해피한 상황이 아닌 가운데서 끝을 맺는다.
남편과 애인 사이에서 가정과 애욕의 줄타기를 하던 전도연은 남편 최민식에게 잔혹하게 살해된다. 애인 주진모는 최민식의 교묘한 '설계'에 의해 살인죄를 꼼짝달싹 못하고 뒤집어쓴다. 최민식은 부정한 처를 응징했으나 엄마 잃은 어린 딸을 길러야 하는 홀아비 신세다.
영화제목 '해피엔드'의 '해' 자는 영화 타이틀에서 약간 삐딱하게 쓰여져 있었다.
결코 '해피'하지 않았던 3자의 그 '해피'가 끝났다는 뜻을 암시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의 '해피엔드'가 김일성이 아닌 전도연의 '해피엔드'가 되지 않을까.
2017년 4월은 '더욱 더욱' 잔인한 4월이다.
아마겟돈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희망을 가져야 한다.
T.S.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의 첫 연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盲瞰圖>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7년 4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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