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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歷단상-5월22일] 中경제노선 좌우 긴축과 성장 정반합
필자가 홍콩특파원 부임을 준비하던 1992년 2월 무렵 아니면 삼월 초로 기억한다.
경제부 선배가 중국 정부의 경제고문 역할을 하는 인사가 한국을 비공식 방문 중이라며 만나보면 좋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중국경제 전반을 브리핑 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그의 한국 방문 목적을 두고 경제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한중수교(한중수교는 내가 콩콩에 부임한 뒤인 이해 8월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사전 탐색 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인사동 찻집에서 만난 그 인사는 부인과 함께 였는데 겉 차림새는관광객 인상이었다.
인사동에서 붓과 벼루 등 문방사우를 샀다고 하여 옛부터 우리나라 남포 오석(烏石)이 벼루 재료로는 최고라는 이야기가 중국에까지 알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을 건넸다.
여기서 남포는 충남 보령의 지명으로 양모님이 보령에 거주하셔서 필자는 남포를 자주 지나쳤다. 비석과 벼루 등 각종 석재를 많이보았기 때문에 벼루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대화를 술술 풀어나갈 수 있었다.
부부가 필자에게 내민 명함에는 각종 직책으로 꽉 차 있었다. 부인도 남편 못지않은 여러 직책으로 빼곡하였다.
이러한 품새로 보아 비공식적 공개 행보인 것으로 짐작됐다.
부인의 명함의 성명자를 유심히 지켜보며 "혹시..." 하며 쭈뼛거리자 그 부인이 나의 궁금한 점을 알아챈 듯 자신이 펑위샹(馮玉祥)의 딸이 맞는다고 밝히며 웃었다.
펑위샹은 중화민국 군벌 시기 크리스천 군벌로 유명한 인물로 한때 베이징을 장악하기도 했다. 그때 자금성에 거주하던 청나라 마지막 환제 선통제 푸이를 쫓아냈다.
그는 공산당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으나 장제스와 불화하여 해외를 떠돌던 중 국공내전이 발발하자 공산당 지지를 선언하였다.
펑위샹은 귀국 도중 해난사고로 사망하여 국공내전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공산 중국 성립 뒤 상당한 예우를 받은 것으로 짐작되는 펑위샹의 딸은 공산 중국에 대해 평가를 묻자 "인민이 굶어죽는 일을 없게 한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업적이다"라고 자부심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채 적대국이며 여전히 미수교국 관계인 자본주의국 기자에게 짤막하게 말했다.
펑위샹의 사위는 헷갈리는 여러 직책을 겸하고 있으나 행정가라기보다는 학자였다. 그는 중국 경제 개혁과 개방의 경과와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취재 인터뷰라기보다는 강의를 듣는 느낌을 주었다.
당시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직후여서 홍콩 언론 등으로부터 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있었다. 자오쯔양 경제노선의 부활 가능성을 점치는 기사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3년 전 실각한 자오쯔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질문에 그는 리펑 총리의 경제 브레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였다. "자오쯔양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직전 인플레를 잡기 위해 외국 상품을 대거 수입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는데 이는 중국 경제 현실을 모르는 것이며 지나치게 급진적이었다“고 분명하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자오쯔양 축출 후 수도꼭지 잠그듯 강력한 긴축정책을 편 리펑의 경제고문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의 경제노선은 천윈의 새장 경제론에 가까웠다.
개혁개방 좌파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덩샤오핑 집권 이후 집권 세력은 중국 경제노선을 놓고 개혁과 개방에 공감하면서도 속도와 방향을 놓고 좌우파로 갈렸다. 오월동주하면서도 때론 제로섬 게임의 한판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좌파는 과열 억제의 긴축과 균형 그리고 분배와 평등을 견지하는 자세라면 우파는 성장과 이를 위한 경제활동 족쇄 풀기에 우선 순위를 둔다.
천윈이 좌파라면 덩샤오핑은 우파다. 그는 남순강화에서 “좌와 우를 모두 경계해야 하지만 지금은 좌를 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실리주의를 추구한 덩샤오핑은 성장을 최고 가치로 삼는 우파이면서도 좌우파 노선을 기막히게 타임에 맞추어 스윙했다.
천안문 사태 때 자오쯔양을 축출하며 그의 경제노선도 폐기했다. 수도꼭지 잠그는 식의 과도한 긴축 정책을 편 리펑에게 프리핸드를 주었다.
하지만 남순강화 뒤에는 리펑의 백기투항을 받아내 성장노선을 재점화하였다.
그러나 경제과열로 총체적 경제 위기에 빠지자 다시 좌로 스윙하였다.
다만 덩샤오핑의 경제 조타수 선택은 '도로 리펑'이 아닌 주룽지였다.
덩샤오핑은 정반합의 좌우 스윙을 통해 중국 경제를 전진시켜 나갔다.
이러한 탄력적 덩의 경제노선 행보를 파악하지 못한 이들은 참혹한 몰락의 나락에 빠진다.
1992년 5월 성장을 재점화하기 위해 덩샤오핑은 수도강철공사를 방문, 사장인 저우관우에게 엄청난 특혜를 부여했으나 경제과열로 또다시 전략적 좌로의 스윙이 필요하자 1995년 초 두말 없이 저우관우에 대한 매정한 숙청을 인가했다.
자신의 오른팔 후야오방과 왼팔이던 자오쯔양을 축출할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처분은 더욱 가혹하고 무자비했다.
2006년 천량위 상하이 서기의 낙마는 덩샤오핑이 떠난 뒤 중국공산당 최고 수뇌부의 전략적 좌스윙 과정에서 일어났다. 덩은 갔어도 덩 따라하기 틀은 그대로인 채 계속되었다.
천량위는 성장을 최우선시한 개혁개방 우파의 상징적 존재였다.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호는 균형-긴축과 성장이라는 좌우노선을 선택적으로 스윙하면서 전진했다.
나선형 돌기 전진 패턴 하에서 좌파이건 우파이건 전환에 굼뜬 원리주의자들은 추락하기 마련이다. <스위프트-류야저우-버크왈드>스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9년 5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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