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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歷단상-5월30일] 공산혁명 사상·이론의 제로섬 공존
동시대인 당나라를 함께 산 두보와 이백은 시성(詩聖)과 시선(詩仙)으로 추앙된다. 누구를 높고 낮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쌍벽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시성'으로 불린 두보가 더 높게 평가된다.
우리말로 두 사람의 시를 접해본 뒤 필자는 물 흐르듯 아주 자연스럽게 쓰인 것처럼 느끼게 한 이백의 시가 더 좋아 보였다.
이백의 시가 호방하다면 두보의 것은 세심하고 치밀했다. 그러나 두보의 시에서는 쥐어짜낸 듯한 안간힘이 배어있다.
한문으로 원문의 맛을 조금 알게 되었을 때도 이러한 나의 인상은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시에서 성조 규칙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게된 뒤 두보의 시에서는 이러한 운율 규칙이 완벽하고 절묘하게 구현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하였다.
철저한 두보의 운율 설계에 탄복하면서 중국인이 왜 두보를 '시의 성인'으로 불렀는가를 절감하였다.
이백도 성조와 운율 규칙을 잘 구현했으나 이를 따르지 않는 파격의 시가 적지 않다.
물론 그 파격이 파격미를 갖춘 절품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왜 두보의 별칭에 '시의 공자'라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위한 '성(聖)'자를 붙였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둘은 서로 다른 시세계를 구축하면서 독자의 감수성의 차이에 따라 약간 차이의 선후가 바뀔 뿐인 절정 수준에 함께 올랐다.
제갈량과 사마의는 같은 시대를 산 국가 전략가로서 모두 최고 위치에 올랐다.
미래의 중국 천하질서를 수립하자는 목표가 같았으나 지향하는 바가 상반됐다.
제갈량이 한 왕조 체제를 되살리려 했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라면 사마의는 새로운 왕조를 구축하려 했다는 점에서 현상타파적이다.
그리고 그 승자는 자신의 아들대에서 새로운 통일국가 진나라를 성립시킨 사마의다.
송나라 왕안석은 기존의 질서를 근본부터 바꾸려는개혁 설계자였다. 왕안석의 포괄적 개혁플랜으로 인해 그는 개혁정치의 상징이 되었다. 왕안석은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시인이기도 하다.
왕안석과 같은 시대를 산 사마광은 편년체 역사로서는 중국 역사서에서 최고로 평가되는 자치통감의 편찬자다.
다만 그는 왕안석이 내놓은 모든 것을 반대할 정도로 철저한 보수주의자였다.
왕안석이 이백과 비견된다면 사마광은 두보에 비견된다 하겠다.
중국공산당의 강령인 당장에서는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 이론'이 공존하고 있다.
'마오쩌둥 사상‘이 이백적이라고 한다면 '덩샤오핑 이론'은 두보적이다. 마오는 시인으로서도 뛰어났는데 그의 시세계는 분명 이백적이다.
덩샤오핑도 이론 문제를 다룬 여러 글을 남겼지만 그의 시를 접해본 적 이 없다. 사마광적이고 두보적이다.
마오쩌둥 사상을 잉태했던 이론지 '홍기'는 폐간되고 덩샤오핑 이론을 되새김질하는 이론지 '구시‘로 대치했다.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 이론'은 중국공산당에서 이백과 두보처럼 쌍벽으로 공존하면서도 제갈량과 사마의처럼 또 왕안석과 사마광 같이 얼음과 숯이 서로 용납할 수 없는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 관계이기도 하다.
<스위프트-류야저우-버크왈드>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9년 5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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