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天動向-6월7일] 트럼프 ‘등뒤 비수’ 와 ‘베이징 제리’ 출범 반년이 다가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대외적으로는 북한 핵사태가 대내적으로는 러시아 내통 스캔들이 자주 지적된다. 두 사안은 여전히 최대 위기 사안이지만 의외로 아직까지는 잘 관리되고 있다.북핵 사태와 관련 미국은 '슈퍼 갑'의 위치를 확보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남중국해 카드와 무역 압박 카드를 적절히 구사하며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오고 있다. 이것 외에도 당선자 시절 한 번 보여주었다가 톡톡히 재미 보고 일단 치워둔 '대만 카드'라는 비장의 패를 갖고 있다. 탄도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은 그때마다 올무 죄이기로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사드 카드를 흔들자 곧바로 비용 부담 카드를 흔들어 진퇴양난으로 몰아넣고 있다.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회담은 6자회담으로 부른다. 그러나 6자 각각 위상과 영향이 동일하지 않았다. 미국이 항상 갑의 역할을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와서는 '갑 중의 갑'이다. 러시아 내통 스캔들과 관련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전격 해임하는 회심의 승부수를 던져 수세에서 일단 대치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코미 국장은 2013년 상원 만장일치 인준으로 FBI 국장에 올랐다. 중립적 인물로 보이나 어쨌든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밑에서 3년을 일해온 인물이다. 코미 국장 해임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트로이 목마'를 투명화한 것이다. 잠재적 '디프 스로트(deep throat : 깊은 목구멍)'를 노출시킨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초기 러시아 내통설 구설 와중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 마이크 플린을 내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도리어 화를 자초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적이 누군지도 모르는 안개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 워터게이트 때의 닉슨의 처지보다는 훨씬 낫다. 워싱턴 포스트의 우드워드-번스타인 콤비에게 치명적 특종을 공급한 '디프 스로트‘가 닉슨에 대한 인사 불만을 품었던 FBI 부국장인 사실은 당사자인 그가 죽은 뒤에서야 알려졌다. 골리앗은 눈이 가려진채 어깨 위에 자신의 급소를 다윗에게 알려주는 자를 앉혀두고 칼을 휘두른 셈이다.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최대 현안인 두 사태와 관련 트럼프는 다윗 앞의 골리앗이 아니다.오히려 헥토르를 상대하는 아킬레스다.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은 파리협약 탈퇴가 될지 모른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첫 해외 순방으로 중동과 유럽을 선택했다. '약주고 병 주는 ' 순방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통해 무기구매 계약과 경제투자라는 실리를 톡톡히 챙겼고 유럽에 가서는 군비 분담을 당당하고 강경하게 압박했다. 결국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의 입에서 '유럽은 유럽의 힘으로' 하는 한숨을 터져 나오게 하였다. 중동-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트럼프는 대선 전에서 공약한 대로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유럽의 미국에 대한 반감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범세계적 온실가스 축소 약속인 유엔 파리협약의 고사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전임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 노력으로 미국의 적지 않은 양보 아래 성사된 파리협약에 대해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과도하게 해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중국에 이어 제2위 탄소 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에 국제 사회가 들끓었다. 트럼프의 주장에 이해를 표명한 이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이 유일할 정도로 전 세계는 똘똘 뭉쳤다. 미국이 국제적 명분을 잃은 것은 분명하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주도로 전쟁 방지와 국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연맹을 창설하고도 의회의 반대로 정작 미국이 가입하지 못했던 것에 비견된다. 미국의 국제연맹 불참으로 인해 미국이 세계 지도국으로 부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미뤄야 했다. 어부지리를 본 국가는 영국이었다. 트럼프의 파리협약 이탈로 중국은 어부지리를 얻었다. 이는 미래 국제질서 구축 과정에서 중국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파리협약 이탈로 국내적으로도 정치적 이득은 크게 보지 못한 것 같다. 미국민의 속셈이야 어쨌든 여론조사에서 표출된 것은 반(反) 트럼프가 대세다.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탈퇴결정에 59%가 반대했고 찬성은 28%였다. 미국 주중 대리대사 데이비드 랭크가 트럼프 파리협약 이탈 결정에 항의 사임한 것이 상징하듯 미국 공직 사회의 반발도 작지 않았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민주당이 장악한 주정부는 파리혐약을 이행하겠다고 나섰고 동참하는 주 정부 중에는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도 몇몇 나오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눈길끄는 주는 미국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 주이다. 민주당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의 파리협약 탈퇴 결정 직후 중국으로 날아가 트럼프의 결정에 맹공을 가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열린 청정에너지 관련 포럼에 참석 현재의 기후변화 위협은 2차 세계대전 때 파시즘의 위협보다 더욱 위험하다며 트럼프의 결정을 "정신 나간 짓"이라고 비난했다. 브라운은 중국이 자동차 탄소가스 배출 국제기준을 보급 시행할 능력을 갖추었다고 거들었다. 이와 함께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6일 중국 정부와 클린 테크놀로지 동반 관계'을 맺고서 이산화탄소의 회수와 저장 등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는 첨단 분야에서 기술혁신과 상업화를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브라운 지사의 이 같은 행보는 배트남전 때 반전 운동에 열을 올리던 미국 영화배우 제인 폰다의 행동을 연상시킨다. 제인 폰다는 엄연히 미국의 군사 적국인 북베트남 월맹의 수도 하노이를 방문, 월맹 정권을 노동자 천국이라고 찬양하고 심지어 미국 폭격기를 쏘는 대공포에 올라가기도 했다. 미국 반전주의자의 이런 '반역적" 흔들기에 미국은 베트남전 참전 명분을 잃었고 남베트남에 대한 보호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남베트남에서 황급하게 완전 철수했다. 제인 폰다가 북베트남의 대공 포대에 올라앉은 반전 퍼포먼스를 연출한 지 3 년 뒤 남베트남은 북베트남에 무력 점령됐다. 미국은 패배했다. 제인 폰다에게는 '하노이 제인'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리 브라운에 의해 등 뒤에서 비수에 찔린 셈이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지사의 트럼프 때리기와 중국 추켜주기는 둘 다 지나쳤다. 브라운은 자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혹하게 비난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칭찬했다. '베이징 제리'로 별명을 붙여 봄직하다. <盲瞰圖子>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7년 6월7일

▶ 2022/06/07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