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歷단상-12월5일]‘트럼프 쇼크’의 역풍과 어부지리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대만의 민진당 정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든 '트럼프 쇼크' 불과 하루 만에 역풍을 경계하는 모드로 돌아섰다. 홍콩 빈과일보(蘋果日報)는 2일 (대만 현지시간으로는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과 단교 37년 만에 처음으로 전화 회담을 가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다음 달인 내년 1월에 뉴욕에서 트럼프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22개국에 불과한 수교국 중 하나인 중남미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 취임식 참석하러 가는 길에 뉴욕에 기착하는 기회를 이용, 라인스 프리버스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과 면담할 계획이며 트럼프와도 회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총통부는 이에 대해 "과도한 억측"이라며 즉각 선긋기에 나섰다. 역풍을 우려해 바짝 엎드리는 자세다. 그러나 만일 이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는 또 한번의 그리고 한층 업그레드된 '트럼프 쇼크'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이 재임 시절인 1995년 6월 모교 미국 코넬대학을 졸업생 신분의 민간인 자격으로 방문한 것을 계기로 대만 총통이 중남미 수교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이용, 미국 도시에 기착하여 비공식 대미 외교를 펼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른바 ‘통과 외교’다. 처음에는 미국 서부 지역 도시에 기착했으나 슬금슬금 동부 지역 도시로 내리는 곳을 넓혔다. 대만계 화교 인사들을 만나는데 그치다가 이제는 미국 유력 정치인과도 접촉하고 있다. 중국은 리덩후이의 방미가 성사되자 군사교류 중단 등 강력하게 반발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한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전직 의원과 행정부 고위 관리 등을 만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아직 백악관에 입성하지 않은 신분의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는 것은 그 정치적 함의와는 별개로 전례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트럼프와의 면담은 그러나 전혀 딴 문제다. 하지만 '신전 파괴자' 가 또 하나의 '신전 기둥'을 부러뜨릴 방법은 있다.조지 W 부시 방식이다. 트럼프의 바로 직전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기도 한 부시는 중국이 '분열주의자'라고 규정한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방미, 백악관에서 보좌관과 면담하는 중간에 불쑥 들어가 달라이 라마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공개적으로 연출했다. 중국은 당연히 이에 드세게 반발했지만 더 이상 나가지는 않았고 이런 편법 접촉은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1호 분열주의자'와 대면하는 관행이 됐다. 따라서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과 면담 자리에 트럼프가 잠깐 얼굴을 비출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수십억 달러의 무기 구매'에 대한 '비즈니스 식 인사 치레'라면서 말이다. 다만 '빅애플 시티'에서 또 한번의 '삼손 힘자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홍콩의 애플'지 보도로 드러난 이상 중국의 사전 대응은 '부시-달라이 회동' 때처럼 소리만 요란하는 데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차이잉원 정부가 트럼프의 전화통화로 취임 6개월도 못가 반토막 난 지지도의 반등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기대에 잔뜩 들떴다가 후폭풍을 경계하는 모드로 화들짝 돌아선 것은 과거의 전례 때문이다. 1992년 아프리카 니제르 공화국을 둘러싸고 막대한 경제 지원을 미끼로 한 이른바 '은탄(銀 彈) 외교'로 중국에 완승을 거두었으나 그해 한중 수교라는 치명적 역풍을 맞았다. 리덩후이의 미국 방문 다음해인 1996년 3월에는 우리나라의 인천과 부산항에 해당하는 지룽(基隆) 항과 가오슝(高雄 )항 앞바다가 중국의 미사일 발사 군사훈련 표적이 되었다. 리덩후이는 중국 역사상 처음 치러진 총통 직선 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했으나 개인 자격 방문 외교를 미국에 이어 일본으로까지 확대하려는 계획은 시도조차 못하고 무산됐다. 대만의 국제 외교 공간을 넓히려던 시도는 변귀를 얻고 대신 대마를 잃은 셈이다. 중국의 초강수 대응으로 대만은‘소탐대실(小貪大失)’한 것이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뉴욕 공항 트랩을 내리기 전 한중수교와 미사일 발사 군사 훈련 등과 같은 초강도 대응을 펼칠 공산이 농후하다. 도리어 중국이 '은탄 외교'로 좌파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대만과 수교한 니카라과와의 대만 단교를 추진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만은 없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쇼크로 중국의 북한 지원 강화등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한다. 물론 중국은 1970년대 베트남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따라 최악의 인권국 크메르루즈 정권을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전폭적인 지원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북한 지원은 핵 확산 문제가 얽혀 있어 크메르루즈 경우와는 다르다. 중국은 전략적 보복에서 '선택과 집중'의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에서 한류가 억제되는 가운데 일본의 만화 영화가 대박을 터뜨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어부지리’ 효과의 영향이 없지 않다. 중국에게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은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다. 중국의 전략적 대응 결정에서 선택과 집중이 대만 독립 지향의 민진당 정부에 맞춰진다면 한국은 현재의 궁지에서 벗어나 도리어 어부지리를 볼 수도 있다. 일본 경우처럼 말이다. <盲瞰圖子>

▶ 2022/12/07 23:39